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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김종호 총장과의 만남


총장과의 만남

편집장┃민경연


 김종호 총장이 취임한 지도 벌써 5개월이 흘렀다. 러비는 지난 58호에서 임기 시작 후 첫 총장 인터뷰를 기획했으나 일정 조율이 쉽지 않은 탓에 인터뷰하지 못했다. 다행히 이번 호에는 만날 수 있었다. 대학을 대하는 그의 가치관과 그에게 있어서 대학의 의미 그리고 앞으로의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우선 두 번 시도 끝에 총장이 되었는데, 왜 총장이 되었는가?

 왜일 것 같은가? 본인의 입신양명? 학교의 발전? 나 같은 경우엔 개인적 목적보다는 학교 발전에 욕심이 있어서 하게 되었다. 여기서 교수를 한 지 85년 10월부터 해서 한 30여 년이 되었다. 32년째인데, 맨 처음에 왔을 때는 우리 학교가 교수 대외활동이나 취업이 힘들었고, 어떤 불이익 같은 것을 느끼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 학교를 그런 일 없이 자부심을 가지고 다닐 수 있고, 사회에서도 떳떳하게 제대로 대우받을 수 있는 학교로 만드는 것이 내 꿈이었다.


지금은 그 목적에 어느 정도 다가갔다고 생각하는가?

 아직 더 가야지. 지금 우리는 발전 도상에 있는 정도다. 지난 중앙일보 평가라고 해봤자 20위, 23위 정도밖에 안 된다. 앞으로 한 10위권 정도까지는 올라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 학생들이 바깥에 나가서 ‘나 서울과기대다’ 하고 막 자랑스럽게 얘기를 할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할 것 아닌가. SKY 대학 애들이 자랑하고 활보하면서 사회생활하듯이. 아직 우리 학교 출신들은 취직해서 어디 출신이냐 물으면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어디 출신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런데 요즘 우리 동문들이 부장·차장급이 돼서 어디 출신이냐고 물으면 서울과기대 출신이라고 말을 하기 시작한단다. 다 학교 위상이 올라가기 시작해서 그런 거다. 우리는 아직 한 단계는 더 올라갈 수 있다. 내 임기 동안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준비도 하고, 기반을 만들고,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


국책사업 규모를 늘리겠다고 하셨는데, 현재 유치한 사업이나 유치하려고 하는 사업이 있는가?

 국책사업이 우리가 연구 개발하는 사업도 있고 학생들 인력 양성하는 사업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다. 오늘 프라임 사업에 관련한 질문이 있었는데, 우리 학교는 이건 신청도 안 했다. 우리는 워낙에 과학기술이나 디자인, 이쪽에 특화되어 있으니까. 그건 인문사회계열을 줄여서 취직이 잘되는 이공계 쪽으로 정원을 몇백 명씩 이동하는 사업이다. 우리는 평생교육단과대학 사업을 신청했다.


그게 정확히 무엇인가.

 평생교육단과대학이라고 해서 직장인, 사회인들을 재교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우리 같은 경우에는 야간 학과가 있지 않는가? 비직장인도 있지만, 직장인도 다닌다. 평생교육단과대학도 그처럼 회사를 다니면서 공부를 하고 싶은 그런 사람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평생교육으로서 학점은행제를 할 수도 있지만, 아예 지금의 야간학과처럼 대학에 들어와서 공부할 수도 있게끔. 출석 수업과 온라인 수업 모두 가능하게 할 것이다. 직장인이라면 매일 나와서 공부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으니까. 이 사업에 대해 내일(5/5) 정도에 발표가 날 것이다. 또, 대학원 인력양성 사업이라고 해서 한 5개 정도를 유치를 해서 하고 있다. 


국정교과서 찬성하셨던 것 기억하고 있는데, 아직도 찬성하는지?

 오 나는 국정교과서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어린애한테나 학생들한테는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나 주체성을 길러주는 건 중요하다. 그래야 나라가 정말 위급할 때 나라를 위해서 몸을 바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려면 우리가 역사 교육을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 조선 시대까지의 역사는 거의 다 잘 제대로 정리가 되어 있고, 그것들은 우리가 배우면 되지만 근현대의 역사는 보는 시각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런 것들은 학자들이 집중논의를 해서 어떤 한쪽의 편향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각으로 보고 거기서 공통의견을 만들어서 그걸 가지고 교과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본다. 초·중학생들은 자의식을 가지고 이성적으로 판단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하고, 그럴 때 그들을 위한 좋은 안내서 정도는 있어야 한다. 좋은 안내서로 공부한 후 자기가 청년이 된 후에 스스로 그걸 비판도 할 수 있고, 취사선택을 할 수 있는 그런 이성이 생기면 자기들이 스스로 평가를 해서 받아들일 것이다. 그래서 대학의 교육 자료는 다양한 자료가 나와도 되지만 초중등 정도는 어떤 게 답인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서 공통된 의견으로 모아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지금 다양한 교과서가 나오고 있고, 또 보는 시각이 다들 다르다. 그래도 나는 역사교과서만은 그래서는 안 된다고 본다. 막말로 역사교과서가 국정교과서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서 토론도 하고, 공청회도 하면서 의견을 하나로 만들어서 그것을 교과서에 넣는다는 게 중요할 것 같다. 그렇게 해서 국민적으로 합의된 좋은 내용을 어린애들한테 가르치는 게 좋지 않나.


 공약에서 인문학 인증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인문학 인증 프로그램이 무엇이고, 어떤 식으로 진행될 건지 궁금하다. 

 내가 인문학 인증 프로그램이었나, 인문 소양교육을 강화하겠다고 선거운동에서는 그랬던 것 같은데. 우리 학교가 공대가 많다. 그런 쪽은 자기 전공지식은 많이 있지만 인문 소양 쪽은 1학년 때 배운 기초 교양으로 끝나버린다. 그러다 보니까 인문학적 소양이 조금 약하다. 인문·사회 쪽 공부를 한 친구는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공학이라든지 자연과학을 공부한 사람도 앞으로는 인문사회적인 베이스가 튼튼할 필요가 있다. 지금 바깥쪽 사람들이나 기업체 사람들이랑 이야기를 하면 우리 학생들에 대한 평판은 무척 좋다. 쉽게 얘기하면, 우리 학교 출신들은 회사에서 과장 정도까지는 데리고 쓰기가 무진장 좋다고 한다. 성실하고 말도 잘 듣고 자기가 조금 아이디어 내서 문제도 해결하고. 그런데 부장 선이 되거나 임원이 되면 더 많은 조직을 이끌어나가야 하고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야 할 것 아닌가. 그럴 땐 더 큰 리더십이 필요하고 더 큰 문제해결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남의 기술을 모방해서 따라가기만 하는 시대는 끝났다. 창의적으로 문제를 풀어가고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려면 창의성이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 처음부터 연습을 시켜야 한다. 그것을 잘하게끔 하기 위한 기본이 인문학이다. 인문학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끔 해서 사고의 영역을, 상상력을 넓혀주는 것이다. 그게 회사라든지 어딜 가서도 다 경쟁력이고 밑거름이 된다. 우리가 산업대 시절이나 지금까지는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고 생각을 했다면 이제 고급인력으로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에다 인문이나 예술이 포함된 포괄적으로 창조적인 인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는 게 앞으로 학생들이 적응도 하고 출세도 해 나가는데 훨씬 더 좋지 않겠는가. (그러면 선거 나올 때 말한 인문학 인증이 아니라 인문학 교육을 강화하는 쪽으로만 가는 건가?) 그렇다. 그래서 우리가 올해 그런 쪽으로 교육과정 개편을 한다. 


그런데 지금 공학 인증 프로그램이 실행 중이다. 공학인증프로그램을 따라서 커리큘럼을 짜면 교양을 들을 시간이 많지 않다. 이게 진짜 별로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들어야 하는 수업이 너무 많아서 늘린다고 해도 다른 것을 들을 시간이 없다는 의견이 있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게 좀 문제가 될 수도 있긴 있다. 학교에서 하는 전공필수, 교양 필수를 떠나서 인증프로그램에서는 더 많은 전공 학점을 요구하니까. 이건 완전히 그 분야에 전문적인 전공 지식인을 양성하는 게 맞느냐 틀리냐의 문제다. 인증프로그램을 하면 거기에 인증 선택이 있고 인증 필수가 있다. 인증 필수가 전공필수보다 훨씬 더 많다. 인증 학점이 건축학은 5년제라서 어떨지 모르겠는데 공학 같은 경우에는 60학점인가 그렇다. 그래서 교양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여지는 좀 있다. 있는데, 안 하는 애들에 비해서 이게 과한지 아닌지 이 차이다. 나는 인증프로그램을 하는 애들은 그거 하나만 해도 확실히 하게 하고, 인증을 포기하거나 인증을 할 수 없는 애들은 대신에 부전공이나 복수전공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서 다양한 분야를 섭렵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가 ‘인증 프로그램이 필요한가?’ 아니냐. 갈수록 공기업이나 대기업 쪽 취업이 NCS 기반으로 가고 있다. 공학인증을 하면 할수록 NCS 기반으로 자기소개서를 쓰거나 면접을 하는 것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공학인증은 미국의 워싱턴 어코드에 따라서 몇 십 개 나라가 공대 졸업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 우리가 영어를 잘하면 공대 졸업자로서 어느 나라에 가서도 취직을 해도 다른 나라의 대학을 나온 사람과 똑같이 학력 인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해외에서 우리나라 엔지니어들이 나가서 일할 때 엔지니어들이 인증을 땄는지 안 땄는지 따진다고 하더라. 그래서 기업에서는 인증 딴 애들을 그쪽으로 보낸다. 취업 자리가 자꾸만 글로벌해지고 외국으로 나가서 취직해야 할 일이 점점 더 늘어나게 될 텐데, 그럴수록 공학인증의 효용가치가 점점 더 커지리라고 본다. 인증에 대한 유불리 이야기가 교수님들 사이에서도 많이 나온다. 현재 인증제도는 조금은 힘은 들지만 아직까지는 유지하는 게 장기적으로 좋지 않나 생각한다.


아까 말한 교육과정의 개편 방향이 다양성을 위한 방안 중 하나인가?

 다양성도 있고. 우리가 개설하지 못한 분야들이 있지 않은가? 그런 것들을 하려고 한다. 지금의 교양 필수 영역별 교양뿐만 아니라 다른 교양 선택에서도 어느 정도는 다양한 것을 넣을 것이다.


인문 융·복합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서 말했는데, 앞으로 개설될, 혹은 진행될 프로그램들이 어떤 게 있을까? 

 새로운 프로그램을 더 개발하려고 한다. 지금 학과마다 교육과정이 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기존의 학과에 속한 과목만 들을 수 있지 어떤 융합적이거나 새로운 과목을 듣기가 어려운 종류의 전공 계열이 있다. 거기에 연계교육과정이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운영해볼까 한다. 기존 과에서 하지 않는 약간 융·복합적인 프로그램을 개설해서 그걸 들으면 복수전공이 되었든 부전공이 되든 이런 것도 인증을 받을 수 있게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겠다, 이거다. 예를 들자면 인문과 공학, 인문과 예술 이런 것들을 융합하는 교육과정을 만들어서 학생들한테 선택의 기회를 줄 것이다. 다 올해에 준비하기 시작해서 내년쯤에 시작할 것이다.

생각해놓은 프로그램이 있는가?

 말했듯이 인문·사회, 공학, 예술계통의 융·복합적인 프로그램도 해봤으면 좋겠고, 창업에 관련된 프로그램도 해 봤으면 좋겠다. 지금 여성 공학 인력 양성 사업이 있다. 근데 앞으로 여성 인력들이 취직이 잘 될 수 있는 게 IT나 소프트웨어 이런 쪽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자기 전공과 IT가 연계된 융·복합 프로그램 같은 것도 해 볼 수도 있을 테고. 이외에도 다양한 게 꽤 있지만 그런 걸 무조건 많이 만들어서 한다고 좋은 건 아니라고 본다.


이런 융복합이 어쩌면 프라임 사업과 같은 종류의 사업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른 학과가 ‘통합되어가는’ 추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일단 우리 학교 내에서의 통합을 말하자면 어느 정도 될 대로 되었다. 여기에서 더 갈 거냐 말 거냐의 문제다. 지금도 기계 계열 보면 기계자동차가 있고 기계시스템이 있고, 건축에는 건축학이 있고 건축공학이 있다. 건설 같은 경우에는 구조와 토목이 있다가 통합이 되었고. 그런 것들을 인위적으로 통합으로 끌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요즘 대학의 제1 목적이 취업인 것처럼 느껴진다. 학문의 전당인 대학이 취업의 전당이 되어가는 현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도 취업을 강요하고 있지만 썩 좋은 의미는 아니다. 교과 내용이나 비교과 내용을 충실히 잘 수행하고 자기가 능력이 어느 정도 있으면 자기 능력에 맞춰 취직은 저절로 되는 거거든. 그렇지 않나? 취직을 위한 학원 같은 수업을 하는 건 대학의 교육이 아니다. 대학은 자기가 전공 학과에 대한 기초교양, 전공기초, 전공 심화 교육, 그리고 문제 해결능력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이걸 제대로 이수하고 자기가 어느 정도 실력을 가꾸고 나면 그에 따라 자기 스스로 직장을 찾아가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사회적인 여건이, 청년 실업률이 너무 높아져서 취직을 잘 못하게 되다 보니까. 우리가 학문의 전당처럼 수업만 잘 가르쳐준다 해서 되는 건 아니란 말이다. 취업의 문이 많아야 학생들이 골라서 취업을 할 수 있는데. 졸업하는 애들은 많고, 취업할 수 있는 문은 너무 좁다. 우리 학교 졸업하는 애들이 그래도 먹고 살 수 있게끔 해 주는 게 도의적인 책무 아닌가. 학교가 무조건 공부나 가르치고 “네 앞길은 네가 알아서 해라!” 하기보다 공부도 하지만 거기다 플러스알파로 취업 관련해서 여러 가지 그 학생이 모르던 것들을 가르쳐주면 그게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아닌가? 


우리 학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있어 바로 그 취업률이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취업률. 취업률이 얼마나 중요하냐. 요즘은 부모님들이 저 학교가 좋은 학교인지를 판단할 때 취업률을 제일 먼저 생각한다. 죽자사자 교육받아 대학교까지 졸업했는데 자기가 배운 게 있으면 사회에 기여도 하고 경제적인 활동도 해야 좋은 것 아닌가. 대학이라는 게 학문의 전당이라고 하지만 궁극적으로 자기 스스로 먹고살기 위해서는 취직을 해야 한다. 취직을 하든지 아니면 자기 전문지식이 있으면 전문 지식 가지고 돈을 벌어 먹고사는 거다. 우리가 학사나 석사, 박사가 될지언정 결국 나중에는 취직을 해야 가족을 부양하면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취업은 공부하고 상호관계이지 완전 별개의 문제는 아니다. 대학에서 매년 2000명 이상의 학생이 졸업하는데, 취직 하는 사람은 10%도 안 된다면 그걸 좋은 학교라고 할 수 있을까? 학사모를 쓸 때 웃으며 졸업해야 할 것 아닌가. 대기업이 되었든 중소기업이 되었든 졸업하고 나서는 일 할 수 있는 데가 있게끔 해야 되는데. 


 1학년 진로설계 시간에 있는 ‘총장과의 만남’ 시간에 “너희가 눈이 높아 취업률이 낮아진다.”고 발언한 바 있는데, 양질의 취업 자리를 찾는 학생들의 열망을 폄하하는 발언이 아닌가?

 사람이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진다. 졸업생들 누구나가 다 연봉 많이 주는데, 또 근무여건이 나은 데를 가기를 좋아한다. 그러니까 그런 데는 경쟁률이 500:1, 300:1 이렇게 된다. 그런데 10년째 사시 공부하고 그런 애들 있었지 않나. 그러기보다는 자기의 역량을 빨리 알아서 자기에게 맞는 그런 준비를 하는 게 좋다는 거다. 학생들의 수준이나 능력에 맞춰서 거기에 맞는 준비를 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생각한다. 예를 들어 토익점수가 5~600점밖에 나오지 않는데 포항제철이나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을 가려고 노력을 한다면 얼마 동안 노력을 해야 거길 들어갈 수 있을까. 포항제철 같은 경우에는 예전에는 토익이 900점 이상이 되어야 서류를 봤었다. 500점 애가 서류 한 번 내보려고 900점까지 가는 데도 꽤 오래 걸릴 수 있다. 얘가 포항제철에 가려고 하면 1년을 더 준비해서 가는 게 나은가, 아니면 중소나 중견기업을 거쳐서 2~3년 고생한 후 경력사원으로 포항제철에 가는 게 나은가. 나는 이런 애들은 중소·중견기업을 거쳐서 경력사원으로 대기업에 가는 게 더 좋다고 본다. 자기가 있는 시점에서 어떻게 방향을 설정해서 가느냐는 무지 중요하다. 난 그런 의미에서 얘기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봉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그러니까, 그 다음엔 결혼하는 것도 문제가 되고. 여러 가지가 문제가 되니까 좋은 조건에 몰리는 거다. 하다못해 중소기업 같은 데는 자리가 있어도 안 간다. 그러니까 중기적으로 봤을 땐 어떤 게 좋은 건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같은 자리에서 앞으로 아이들을 불러 노래시키고 돈을 준 것이 논란이 되었는데, 이때 상황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는지?

 오, 글쎄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근데 그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나와서 봉사를 한 거 아닌가? 자발적으로. 누가 이렇게 지정을 한 게 아니라. 무슨 쿠폰을 줬나 안 줬나 그건 잘 모르겠다. 아무튼, 들어가서 봤을 때 그 많은 학생 앞에서 나와서 교가를 부르고 연습하는 모습이 기특해서 저녁 사먹으라고 준거지.

 (돈을 준 것 자체보다도 공개석상에서 준 것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굳이 줘야 한다면 나중에 내려가서 줄 수도 있지 않았나.) 논란이 되었다는 걸 지금 처음 듣는다.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는데.


 시간강사법이 유예되었다. 여기에 대해 지난 58호에서 기사를 썼을 때 교무부에 전화했더니 ‘교육부 방침이 내려오지 않아 어떤 액션도 취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에 대한 대책이 있는가?

 우리도 이제 대책을 준비해야지. 수정 보완한 법의 초안이 아마 올여름 초에 나올 것이다. 만약에 교육부의 뭔가가 나오면, 나와서 발효되는 건 2년 후가 되겠지만 준비는 미리 해야 할 것이다. 지금 강사료가 문제가 되고, 웬만해서 강사료가 높은 것들을 절약하기 위한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강사료가 100억 가까이 나간다. 정부에서 반 정도 나오고 또 반은 학교 회계로 부담한다. 그런데 그분들을 정규 직원 비슷하게 매년 채용한다면 돈 부담이 엄청나게 커지기 때문에 준비를 안 할 수가 없다. 우리가 강좌를 무진장 다양하게 하고 싶지만 그러기엔 예산이 자꾸 문제가 될 수 있다.

 (그 예산을 대기 위해서 시간강사들을 줄이고 전임강사의 시수를 늘린다거나 할 예정인가?) 방법들이 무진장 많다. 지금 전공 교과목은 외부 사람이 와서 강의하는 비율이 20% 정도밖에 안 된다. 하지만 교양 같은 경우에는 워낙 전임 비율이 적기 때문에 외부 분들이 와서 하는 비율이 높다. 이제 그런 거를 조율해 나가야 한다. 우리 대학 같은 경우에는 국립이다 보니까는 정부에서 교수나 직원에 대한 TO를 구해야 하는데 TO가 많지 않다 보니 거기에 맞춰서 할 수밖에 없다. 그게 무진장 힘든 앞으로의 작업일 것이다.


 먹고 살기 위해 직업이 필요하고, 대학을 나와도 결국은 먹고살기 위한 전쟁터에 뛰어들 수밖에 없음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대학의 모든 학문이 취업을 위한 것이고 심지어 인문학조차 취업을 위한 것이라면 대학엔 무엇이 남을까? 취업 학원이라는 간판? 총장과의 대화에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그는 대학생들이 ‘왜’ 대기업 취업에 목매는지 알고 있지만 ‘중소기업에도 사람이 필요하다는 대승적 견지’와 ‘노력이 중요하다.’, ‘미리 준비해서 멀더라도 돌아가라.’ 정도의 원론적인 대답밖에 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기성세대에 불과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아직은 약간의 희망을 가지고 그가 그려낼 과기대의 새 모습을 기다려본다. 




민경연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살고 있습니다. 근데 어떻게든 되진 않고 어떻게 되게 만들어야 하더라구요....

  lemonamelona8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