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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꼭 가야 하나요? - 디자인학과 강제 MT 논란


MT, 꼭 가야 하나요?

- 디자인학과 강제 MT 논란

                                       수습위원│이지호




누구를 위한 MT인가?

 나는 새내기다. 대학생활의 꽃은 MT라고 생각하는 새내기다. 그래서 새터(새내기 새로 배움터)를 비롯해 각종 MT에 참석하며 굉장히 재미있는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다. 

 MT는 다들 알 듯이 Membership Training의 약자이다. 학과나 동아리 등의 단결력, 친화력을 다지기 위해 진행하는 나름 건전한 취지의 행사이다. 하지만 마음 아프게도 대학의 MT문화가 최근 엄청난 질타를 받고 있다. 옆의 표는 올해 발생한 MT와 관련된 사건들이다. 이 표에 나타난 것이 다일 것이라는 생각은 접어두는 것이 좋다. 표면적으로 들어나지 않은 곳 어딘가에서 많은 문제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대학 MT는 표와 같이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서울대에서 지난 3월 열린 ‘즐거운 MT만들기 연구발표회’에서는 ‘술을 강권하는 문화’, ‘MT에서 발생하는 성희롱 및 성추행’ 등을 문제로 꼽았다. 이뿐만 아니라 MT장소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형태의 군대식 문화, MT 강제 참석 논란에 대한 문제도 쉽게 들을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의 원인은 선후배간의 계급문화, 병영문화의 잔재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우리대학에서도 MT 관련된 문제가 가시적으로 제기 됐다. 바로 디자인과 MT 강제 참석 논란이다.



디자인학과의 MT 강제 참석 논란

 디자인학과의 MT가 끝난 후(디자인학과 MT기간: 3.31 ~ 4.1) 신다빈치관과 제1학생회관에는 각각 2장의 대자보가 게시됐다. ‘민주사회 역행하는 디자인학과 MT 강제참석을 규탄한다.’로 시작한 대자보는 교원 교육권의 침해, 학생의 학습권 침해, 강제참석으로 인한 학생의 피해 등을 열거했다. 또한 MT 강제참석을 폐지할 것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응책 마련, 그리고 진정어린 사과를 요구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대나무숲>에는 디자인학과 MT 강제참석과 관련하여 MT 전후로 많은 글들이 쏟아졌다. 결국 대나무숲 관리자는 디자인학과 MT 관련 게시물을 쿨다운했다.

 MT 강제참석을 규탄하는 대자보가 게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MT를 진행했던 ‘ㅇㄱㄹㅇ’ 디자인학과 학생회는 ‘대자보에 대한 디자인학과 학생회장의 입장 표명’이란 제목의 해명 대자보를 게시했다. 이와 관련해 러비는 취재 차 디자인학과 학생회에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학생회장에게 전달한 사전 질문지 중 ‘사태’와 ‘강제MT’라는 단어사용에 불쾌감을 느꼈으며, 질문지의 내용이 이미 해명 대자보에 적혀있기 때문에 인터뷰를 거절한다고 학생회는 전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우선 강제 MT 참석이 ‘학생들의 동의하에 진행됐나’ 하는 것이다. 당연히 답은 ‘아니다’라고  해야 한다. 우리는 대자보를 두 장이나 보았고, 학교는 꽤나 시끄러웠다. 그 와중에 돌연 학생회의 대자보가 게시된 후 MT 강제참석에 반대의사를 말하는 대자보 2개가 사라졌다. 학생회의 공지문에 따르면 ‘대자보의 내용이 오로지 디자인학과의 내용만을 다루고 있어 디자인학과가 사용하는 신다빈치관 6층으로 이전했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과기대신문에 따르면 대자보 작성자와 협의 없이 대자보를 옮겼다고 한다. 대자보는 누구나 어디에든 자신의 의사를 말하고 알릴 수 있는 민주사회의 기본 권리이자 대표되지 못한 개인의 의사전달 방법이다. 이러한 대자보가 누군가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옮겨져서는 안 된다.

 이번 디자인학과 MT의 학과 전원 참석여부는 학생회칙에 따라 과 학생총회로 결정됐다고 디자인 학과은 밝혔다. (전체 학과 학생 수 529명 중 250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겉보기에는 절차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디자인학과의 MT 강제 참석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고 교육부 신문고에 이 사건이 제보된 것으로 볼 때, 과연 절차적 정당성을 얻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다수결에 의한 결정은 민주적인 의사결정에서의 절차상 ‘수단’에 불과하다. 사람들의 말이 대표자의 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대표자의 말이 사람들의 말이라 정당화 될 때, 이는 독재로 이어진다고 우리는 배웠다. 다수결이 모든 의사결정을 정당화하는 모습은 위험할 수 있다. 해당 학과의 학생들 위에 군림하는 학생회가 아니라 소수(minority) 학생의 소중한 권리를 지켜내는 것이 학생회라고 생각했다면, 이런 절차상의 문제가 야기하는 부수적 피해를 좀 더 신중히 고려했어야 한다.

 또한 MT에 강제로 참석시키면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된다. 전공과목이야 휴강하게 되면 학칙에 따라 보충강의를 해야 하기에 괜찮다고 백 번 양보하여 이해할 수 도 있다. 하지만 교양과목의 경우는 어떠한가. 본인만 하더라도 MT 때문에 출석은 인정받았지만 교양강의에 결석한 학생을 여럿 봤다. 그들을 위한 다른 보충강의 등은 없었다. 그러면 디자인학과 학생의 잃어버린 강의는 어디로 가는 것인가. 대자보에 적힌 것처럼 MT 강제 참여로 인해 수업권이 침해됐다고 하는 주장은 일리 있다고 볼 수 있다. 

 디자인학과 학생회는 ‘디자인학과 MT는 교원들의 동의하에 필요성을 인정받은 커리큘럼의 일부’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전공학과의 교육과정은 학생마다 제각기 다른 ‘교양강의를 들을 권리’를 해쳐도 되는 것인가? 이러한 주장에는 전공과목이 교양과목보다 우위를 점한다는 논리가 숨어 있다고 느껴진다. 누군가에겐 전공과목보다 소중한 교양과목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결과적으로 디자인학과가 어떤 목적으로 MT를 진행했던 그로 인해 따라오는 다른 문제들에 대한 책임을 학생들에게 전가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전공강의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은 MT에 강제로 참석하거나, 전공강의를 결석처리를 당해야 했다. 그렇다면 전공강의의 강의계획서에 MT가 포함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대의를 위한 강제?

 문제의식을 좀 더 밀고 나가보자. 강제로 참석해야 하는 MT가 문제인지 강제참석이 문제인지에 대해 더 고민해보아야 한다. 현 디자인학과는 예전 시각디자인학과와 산업디자인학과가 통합된 학과이다. 디자인학과 학생회는 학과 내부의 단결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학과가 와해된 분위기 속에 있어 이를 개선하고자 전체 MT를 계획했고, 평소 저조했던 참석률 때문에 이런 방법을 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 디자인학과가 통합 된지 3년이 흘렀다. 3년이 지난 지금 단결 및 통합을 위해 MT를 기획했고 강제 참석을 유도한 것이다. 학생회 말대로 단결과 통합을 위해서라면 꼭 평일에  MT를 진행해야 했을까?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기 전 학생회 차원의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학생 민주주의의 본질

 우리대학 모든 학생회장은 오직 학생들만의 투표로 인해 선출된다. 학생회장을 선출하는 데에 교수나 교직원이 투표하진 않는다. 즉 학생회는 학생을 대표하는 기구이다. 학생회장으로서의 정당성은 학생회장이 학생들을 대표할 때 따라온다. 다시 말해 학생회는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하고, 최우선으로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디자인학과 학생회는 ‘교원들과의 합의’를 재차 강조했다. 그들이 교원들과 한 합의는 학생의 권리를 대변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런 질문들을 던져보아야 한다. 학생회가 더 이상 학생들을, 그들의 권리를 대변하지 않는 다는 이야기는 타 대학에서도 종종 접할 수 있다. 우리들의 권리를 우리들이 지키지 않을 때 그 권리를 다시는 찾을 수 없게 된다. 학생회란 이름으로 정당성을 얻으려면 그들이 어떤 단체인가라는 문제의식에서부터 모든 일을 시작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디자인학과의 MT 사건은 무척 아쉽다. 학생들의 목소리는 제대로 수렴되지 않았고, 그들의 권리는 지켜지지 못했다. 더불어 MT 참가비 등의 문제도 발생했다. 이전 학생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일궈낸 학생회라는 학내 민주주의의 꽃은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우리는 대자보를 보았고 학교는 시끄러웠다. 대표되지 못한 목소리가 끊임없이 새어 나오는 것을 통해 우리의 민주주의는 발전한다. 이런 목소리를 피하지는 않았어야 한다.



글을 마치면서

 서론에서 다뤘듯이 대학MT는 다양하고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는 물론 시스템의 문제이다. 기획단계에서부터 조심하고 대비한다면 해결하고 극복할 수 있다. MT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됐으니까. 좋은 취지에서 시작한 MT가 다른 학생들에게 폭력이 되는 모습을 다시는 보지 않았으면 한다.





이지호

seoultech16@gmail.com

 넘나 힘든 첫 취재.... 기사를 쓰느라 샤샤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