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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당신은 최선을 다했다

 

당신은 최선을 다했다.

 

사무국장│박자영

 

 

 우리는 흔히 말하는 청춘이다. 필자는 수업을 듣다가 “이런 날에 청춘을 낭비하느냐? 데이트나 가라!” 하는 로망의 말을 듣기도 하고(물론 그렇게 말씀하시고 수업을 하셨다.) “날씨가 좋다고 풀어지다가는 요즘 같은 세상에 뒤떨어진다.”라는 비수의 말도 들 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말 모두 같은 교수님께서 하신 말이다. 요즘 같은 세상! 10명 중 1명은 취업에 실패하고, 또 좌절해서 시도조차 꿈꾸지 못하 는 청년들은 통계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세상이다. (2016년 1월 기준) 통계청에서 발표 한 청년 실업률은 2013년을 기준으로 꾸준히 상승하면서 11.3%를 찍었다.

 

 11%, 수치로만 생각하면 작다면 작다고 말할 수 있고, 크다면 크다고 말할 수 있는 숫 자이다. 마치 10명 중 1명이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으로 느껴질 수 있다.“다 우리가 눈 이 높아서 그래. 중소기업 정도 들어가서 경력 먼저 쌓으면 되지.” “10명 중 1명 정도면 그렇게 높은 것도 아니네. 나는 아닐 거야.” “내 능력이, 노력이 부족해서” 라는 십자가 를 이제는 스스로 짊어지는 청년들. 경주마마냥 뒤 굽이 갈라지도록 뜀박질하는 청년들 에게 채찍을 휘두르는 건 어느새 그들 자신이 됐다.

 


“설마 난 아니겠지. 내가 좀 더 노력하면 될 거야.”

 일단 11%만으로도 굉장히 높은 수치이다. 아래의 표를 보면 외환위기 IMF 년도인 1997년~1999년도까지 실업률이 10% 내외였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11%라는 수치는 절대 작은 수치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추가로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실업에 대한 정의이다. 실업에 대한 정의는 국가마다 다양하며, 국내에서도 합의된 개념은 없다. 한국에서는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실업자란 조사 대상 주간 중 수입이 있는 일에 전혀 종사하지 못한 자로서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고, 즉시 취업이 가능한 자.”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정의에서 비경제활동인구(실업자)에는 아르바이트를 포함한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사람, 취업 의사와 능력은 있으나 노동 시장적 사유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구직단념자”도 포함되지 않는다. <표 3>를 보면 구직 단념자가 2016년에 51만으로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다소 어려운 말처럼 들리지만, 위에서 언급한 집단들을 가리키는 “프리터족”과 “N포 세대”와 같은 말들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들이 되었다. 즉 11%의 실업률이라는 것은 허상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질 실업률에 포함되는 무시할 수 없는 수의 청년 실업자들은 노력하지 않은 것일까.

 

 

“내가 눈이 높아서 그래.”

 <표4>에 따르면 많은 구직 포기 청년층이 1) 전공이나 경력에 맞는 일거리가 없을 것 같아서. 2) 원하는 임금수준이나 근로조건이 맞는 일거리가 없을 것 같아서 3) 이전에 찾아보았지만 일거리가 없었기 때문에 라고 답한 것을 알 수 있다. 3가지 구직 포기 이유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는 3가지 모두 개인적인 요인보다는 사회적인 요인에 가깝다는 것이다. 노동시장의 공급과 수요의 격차라는 원인에서 청년실업률의 원인을 찾는 학자들도 있다. 청년층의 고용부진을 노동의 공급 측면에서 찾고 있는 연구들은 1990년 이후 고학 력 청년층이 양산되었으며, 일자리 수요에 비해 격하게 늘어난 공급은 결국 미취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지적한다. 다만 이 설명은 청년 미취업의 문제가 고학력 청년층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설명으로는 다소 미흡한 측면이 있다. 지목된 다른 원인으로는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청년들이 원하는 자리가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관점에서도 현재 줄어든 일자리가 디지털, it 기술 에 입각하는 일자리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현재 청년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주지는 못한다. 명확한 해답이 나오지 않자 다수는 사회문제를 소수의 문제로 치부하기 시작한다.

 그런 사회에서 등장한 이론 중 하나는 ‘미스매칭’이론이다, ‘미스매칭’이론은 경제학에서 나온 용어로 공급원과 수요원이 서로 만나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아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미스매칭 이론에 따르면 일자리의 매칭이 일어나지 않는 원인은 청년 층이 원하는 일자리가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관점에서 “요즘 애들은 눈만 높아 서.”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확실히 1990년대 이후로 대학설립이 자유롭게 되면서 짧은 기간 동안 대학 수가 늘어 났으며 고학력 청년층은 노동시장에서 평가하는 수준보다 높은 임금수준을 원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과는 다르게 수행된 연구를 보면 ‘미취업 청년층의 눈높이가 그렇게 높지 않다.’라는 결과가 나왔다. <표 5> 청년층 구직자가 원하는 임금과 미 취업 시 지급해야 하는 비용과 시장임금. 위에서 의중 임금이라는 단어는 구직자가 원하는, 그리고 자신에게 합당하다고 생각 하는 임금수준을 말하고, 시장임금은 실제 취업 시장에서 제시되는 임금 수준을 말한다. 미취업 시 비용이란 취업하기 전에 구직활동 비용(스팩을 위해 들인 비용)을 말한다. 의중 임금과 시장 임금을 약 20만 원가량의 차이만 존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미취업 청년층이 원하는 자신의 임금 수준은 실제 시장에서 제시하는 가치보다 그리 높지 않다. (청년들은 자기의 분수(?)를 잘 안다.) 또한 의중 임금에서 구직활동에 들였던 비용인 미취업 시 비용을 제했을 때 청년들에게 남은 월급은 90만 원뿐이다. 미취업 청년층은 자신의 합당한 임금을 받기 위해서 일자리가 잘 나지 않는 대기업이 아닌 구직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에 취직했다고 하자.

 

 

 위의 <표 5>를 보면 취업준비생이 취업을 위해 드는 비용은 남성 기준 84만 원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표 6>에서 나타난 중소기업의 평균 임금은 145만 원으로 취업 준비금 84만 원을 제외하면 약 61만 원 정도 남게 된다. (고시원 비가 한 달 25~30만원 인데) 중소기업의 1인당 임금은 대기업의 절반 수준에 미친다. 이런 임금수준이 구직자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피하는 주요 배경 중 하나이다. 취업도 기피하지만, 중소기업에 입사했다고 해도 대기업과 비교해 임금과 복지 혜택을 포함한 근로조건이 열악해 퇴사, 이직률이 높다. (3명중 1명꼴)

 


서로의 입을 틀어막는

 커다란 배의 선장이 배가 천천히 침몰하는 상황에서 “갑판이 청소가 안 되어 있잖아! 배가 기울고 있는 건 갑판장 때문이다.”라고 주장하자 절망에 빠진 선원들은 “그래 너 하나 때문이다.” 라며 갑판장을 몰아세웠다. 처음에는 열심히 갑판을 청소하던 갑판장은 배가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자 바다로 뛰어내렸다. 그렇게 선원들은 돌아가며 서로 책임을 물었고 바다로 뛰어내렸다. 마지막으로 선장이 “큰 파도 때문에 배에 구멍이 났다.”라고 주장할 때 선원은 남아있지 않았다. 선장 혼자서 배를 복구하는 것은 불가능 한 일이었고, 배는 결국 침몰했다.

  거대한 파도는 선원 개인이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개인이 책임을 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선원 한 명만 열심히 갑판을 닦아도 배는 기울어진다. 정확한 문제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배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책임소재를 개인이 아닌 단체에 분산시켜야 한다. 선원 한 명에게 잘못을 몰아세우는 것은 배의 침몰을 막을 수 없다.

 개인은 언제나 의심 당한다. “당신이 문제가 아닌가?”라고 속한 단체에 검열을 받는다. 단체의 검열은 내재화되어 자가 검열로 개인에게 학습된다. 즉 우리는 충분히 자신을 돌아보고 있다. 청년 실업은 개인이 노력해서 넘어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적 추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의 청년실업률 상승이 증명한다. 자신에게 그 원인을 찾는 것보다 이제는 더 큰 시각으로 배 전체를 보는 것이 필요하다.

 

 

 



자영

foxgirl10@naver.com

선원 박!자!영! 뛰어 내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