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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그들의 생에 봄날은 올 것인가, 시간강사 법




 그들의 생에 ‘봄날’은 올 것인가, 시간강사법

사무국장┃강보미


 

시간강사법이 또다시 유예되었다. 지난 2015년 12월 2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와의 회의를 통해 2016년 1월 1일부터 시행예정이었던 시간강사법의 시행을 다시 2년 유예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시간강사법의 사실상 3번째 유예인 셈이다.

 

너는 누구니? 시간강사법

그렇다면 대학가의 뜨거운 감자, 시간강사법이란 무엇일까? 본래 명칭은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위해 만들어진 개정 고등교육법’이다, 이 시간강사법은 지난 2010년 조선대학교의 시간강사가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계기로 하여 논의가 시작되었고, 2년 후인 2012년에 정식으로 제정되었다,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고, 그들의 고용을 안정화하기 위해 탄생한 이 법은 대학 시간강사에게 고등교육법상 ‘교원’에 해당하는 지위를 부여하고, 강사의 임용 계약 기간을 1년 이상으로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교원의 매주 9시간 강의’를 원칙으로 하여, 매주 9시간의 강의를 보장받을 수 있게 한다. 이 외에도 4대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시간강사는 현재 법으로 그 처우를 보장해주어야 할 만큼 처우가 좋지 않다. 그것이 크게 드러나는 것은 경제적인 부분이다, 시간강사는 수업료로써 평균 국공립대 7만 3천원, 사립대 5만 6백원을 받는다. 이 시간제 임금은 금액적인 측면에서 보면 나쁜 시급은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 고려되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강의 시수이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시간강사의 한 학기 평균 강의 시간은 40.2시간으로, 월평균 강의 시간은 13.4시간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감안하여 시간강사의 월 평균 임금을 추정해보자, 한 달 평균 100만원 안팎의 수입을 거두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불안정한 고용문제 역시 시간강사들의 머리를 아프게 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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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래프는 시간강사들의 임용 계약 기간을 조사한 자료이다, 진한 초록색은 사립대학을, 연한 초록색은 국공립대학을 나타낸다, 조사에 따르면 시간강사의 대다수, 무려 99%에 이르는 수가 6개월 이내의 계약 기간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6개월에서 1년 이내의 계약 기간을 가지는 이들은 전체의 0.9%였고, 1년 이상의 계약기간을 가지는 시간강사는 전체의 0.1%에 미칠 뿐이었다.

지난 2011년 조선대 시간강사의 사건을 통해 이러한 그들의 처지가 만천하에 밝혀지며, 사람들은 함께 공분했다. 그에 따라 시간강사법이 논의되고, 통과되며 모두 한껏 기대하며 실행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당장 실행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와 함께 법안 실행이 1년 유예되었다. 그리고 1년도 채 되기 전에 또다시 1년간 유예, 또 1년이 채 되기 전에 2년간 유예. 도대체 왜, 자꾸만 법안 실행이 유예되는 것일까?

 

그들의 사정 : 대학

대학들의 반대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없다는 것. 대학들은 2009년 이후 대학 등록금을 동결하려는 추세를 계속 이어 오고 있다. 매해 들어오는 돈은 같은데, 시간강사법의 실행에 따른 인건비의 대폭 상승은 대학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강사료의 인상과 함께, 4대 보험 가입 의무화 역시 대학에는 큰 부담이다. 보험료가 발생함은 물론, 법에 따르면 임용 계약 기간을 1년 이상으로 해야 하므로 계약 만료 시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간강사는 중앙일보 대학평가 8대 지표 중 하나인 '전임교원 담당 비율'지표에서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약 시간강사법으로 인해 그들에게 써야 하는 비용이 증가한다면, 그들 대신 새로운 전임교원을 늘리는 것이 더 이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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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사정 : 시간강사 

시간강사들 사이에서도 시행을 반대하는 이들의 수가 상당하다. 지난 2015년 10월 6일에는 국회 앞에서 시간강사법 폐기를 요구하는 한국 비정규교수노동조합의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들의 걱정거리는 시간강사법의 시행에 따른 비용 증가를 이유로 대학들이 강사 임용 규모를 축소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강사에게 임금을 증가해 주어야 하고 매주 9시간의 강의를 보장해줘야 한다면, 대학은 강사의 규모를 축소한 후 몇몇 강사에게만 많은 강의 시수를 맡겨 버릴 것이다. 말 그대로 ‘더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정부가 2014년부터 추진해온 대학구조개혁으로 인해 입학 정원을 계속해서 줄여야 하는 대학들이 정원 규모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하여 강사를 새로 임용하는 것을 피할 것이라는 예측이 더해지며 그들은 불안감에 떨고 있다.

게다가 시간강사들에게 매주 9시간의 강의는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지난 러비 56호에서 인터뷰한 우리 학교 시간강사 A는 “2시간의 수업을 위해 경력이 많은 강사도 3시간 이상의 준비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시간강사를 하고 있는 이들 중 대다수는 프리랜서로써 각종 연구 활동이나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런 이들에게 매주 9시간의 강의와 그에 따른 준비시간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유예기간’, 그 동안

지난 2년의 유예기간동안 대학은 시간강사 규모를 조금씩 축소해왔다. 이제 또다시 늘어난 2년 동안 상당수 대학이 본격적으로 시간강사 감축에 들어갈 것이다. 실제 올해 대학가소식에 따르면 지역대학들은 이미 본격적인 감축에 들어갔다. A대학의 경우 지난해 2015년 1학기에 155명이었던 시간강사를 2학기에 114명으로 줄였고 올해도 30~40% 더 감축할 계획이다. B대학도 시간강사가 담당하는 과목을 줄일 예정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의 시간강사가 자리를 잃게 되는 것이다.

이런 대학들의 시간강사 감축 움직임은 사립대학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에 국공립대학인 우리 대학의 움직임을 물어본 질문에 서울과기대 교무부는 “아직 어쩌다 할 수 있는 액션을 취할 수 없다, 교문위가 시간강사법 시행을 2년 재유예하며 교육부가 이 기간 동안 시간강사법 시행에 따른 우려를 해소하는 대책을 올 8월까지 마련하도록 했다, 대책이 국회에 제출되고 나서 통과가 된다면, 교육부에서 대처방안이 내려올 것이고 그것에 맞게 행동을 취할 것이다, 비교적 자유로운 사립대와 달리 국립학교인지라 어쩔 수 없다.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액션을 취할지 답할 수 없는 이유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 2년의 유예기간 동안 제출된 보완입법 검토안은 문제가 많았다. '1년 이상 채용계약 의무화 예외 인정', '임용 심사절차 간소화' 등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시간강사법의 취지 자체에 맞지 않는다. 교육부는 사립대의 시간강사 임금 인상을 유도하기 위해 대학평가 기준에 '시간강사 임금', '시간강사 처우 개선' 등의 내용을 담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봄날

최근 유행하는 말 중에 ‘고생 끝에 골병난다’라는 말이 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라는 속담을 현실적으로 풍자한 것으로 화제가 되었는데, 시간강사들의 현 상태가 이러리라 예측해 본다. 2년의 또다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 다시 주어졌다. 제발 이번에는 대학과 시간강사 사이의 적절한 타협점을 끌어낼 수 있는 대책이 나오길 기도한다. 우리에게 봄날이 온 것처럼 그들의 삶에도 봄날이 오기를. 




강보미

rem0@naver.com

나는 언제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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