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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지방자치단체 길들이기



지방자치단체 길들이기


최정인│수습위원




대한민국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이 나라’ 에서는 가능하다.

 청년 배당, 무상 급식, 산후 조리 지원, 무료 노인 요양 시설, 무더운 날 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파라솔 설치, 비싼 워터파크 대신 도시에 개장한 수영장. 이 모든 것은 복지 선진국인 북유럽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 옆에서 버젓이 시행되고 있다. 그곳은 바로 경기도 성남시. 우리는 이를 부러워하며 성남을 하나의 나라인 ‘성남국’으로 부르며 ‘성남으로 이민 갈까?’ 하는 부러움 담긴 말을 한다. 이는 모두 성남 시장인 이재명 시장에 의해 가능한 일이다. 이재명 성남 시장은 전 시장이 남긴 빚더미에 앉아서 시작했지만 성남국을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 돈 많은 기업들 뒤를 봐주며 돈 없는 서민들의 가벼운 지갑을 탈탈 털어가려는 정부에게선 기대할 수 없는 이런 성남표 복지가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지방자치제도이다.


Ⓒ직썰


지방 자치 제도: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의 종류와 조직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지방의 균형적 발전과 대한민국의 민주적 발전을 위하여 제정한 법.


   즉, 쉽게 말하여 지자체는 각 지자체의 특성에 맞추어 주민의 편의와 복리를 증진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지자체의 재정 및 회계에 관한 기본원칙을 지방재정법 아래 두어 지방재정의 건전한 운영과 관리 도모를 하고 있다.


“돈도 많으면서 좀 나눠주지” - 행자부 曰

 지난 4월 행정자치부(이하 행자부)가 앞서 말한 지방재정법의 개편안을 들고 나왔다. 개편안의 내용을 살펴보기 전 꼭 알아야 할 몇 가지 용어를 정리해 보았으니 이해한 후 넘어가자. 현재 지자체의 수입구조는 자체수입과 의존수입에 의존한다. 자체수입에는 지방세와 세외수입[각주:1]이 있다. 의존수입에는 국가에서 시·군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나누어 주는 지방교부세[각주:2], 광역시·도에서 시·군에 적당히 나누어주는 재정보전금. 특별시·광역시에서 자치구로 나눠주는 조정교부금, 보조금이 있다. 

 다시 개편안으로 돌아와서, 이번 개편안의 내용 중 중요한 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 재정이 열악한 지역에 더 많은 지원이 이뤄지도록 재정보전금 배분 기준을 개선한다. 둘째, 일부 시·군에 편중된 법인 지방소득세[각주:3]의 50%를 공동세로 전환하여 모든 시·군에 균형 있게 배분한다. 지방재정법에 따르면 지자체 간 재정 차이를 일차적으로 조정교부금·재정보전금을 통해 해소한 후, 이차적으로 조정교부세를 통해 해결한다. 행자부에서 이번 개정안을 내놓은 이유는 재정보전금 제도가 시·군간 재정 격차의 해소라는 법 취지에 맞게 운영되어야 하고 불합리한 특례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말하였다. 행자부에서 말하는 불합리한 특례란 불교부단체[각주:4]에서 받는 특별 재정보전금을 의미한다. 그래서 특별 재정보전금을 없애고 그만큼 남는 재정을 나머지 교부단체에 나누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교부단체들은 지역 격차 해소 및 균형 발전을 위해 정부가 추진한 이번 개편안에 대해 지지한다고 말한다.


“벼룩의 간을 빼먹어라“ - 성남시 曰

 반면 불교부단체인 경기도 내의 여섯 개의 시(성남, 화성, 과천, 용인, 고양, 수원)는 나머지 시의 입장과 극명히 다르다. 불교부단체는 이번 개편안은 ‘지방 자치 죽이기’라고 반발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반대 뜻을 표명하고 있다. 성남 시장인 이재명 시장은 11일 동안 개정 반대 단식시위를 하였고, 다른 시장들 역시 다른 지자체의 장들을 설득하기 위하여 전국을 순회하였으며, 수도권에 개편 부당성을 설명하기 위해 돌아다녔다. 뿐만 아니라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각주:5]를 통해 시민들의 의사를 물어본 결과 92%에 달하는 시민이 이번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였다.

 이들이 이렇게 반대를 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각 지자체는 세금과 세외수입 그리고 보조금을 통해 운영된다. 현재 여섯 개의 불교부단체는 일종의 정부 보조금인 지방교부세를 받지 않는다. 지방교부세를 받지 않는 경기도 내 여섯 개의 시는 1인당 총 배정금액이 약 175만 원 지방교부세를 받는 나머지 시는 약 203만 원이다. 결국, 불교부단체인 여섯 개의 시가 나머지 시들보다 28만 원 정도를 적게 받는다. 애초에 불교부단체에 지급되는 재정이 타 지역에 비해 적은 것이다. 이번 개정의 이유는 경기도 내 여섯 개의 시가 특례를 받고 이것이 지역 불균형을 초래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방안은 보고 싶은 부분만 보며 내놓은 방안이다. 그래서 6개의 시는 ‘특별조정교부금을 받는다’, ‘법인 지방소득세가 많다’, 등의 이유로 6개의 시의 재정을 뺏어서 다른 지역에 나눠주는 이번 행위가 오히려 역차별이라고 주장한다.


허울뿐인 경제 민주화와 무너지는 지방자치제도

 이번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문제가 되는 것이 하나가 더 있다. 현재 자립 가능한 지자체는 앞에서 계속 언급한 경기도 내 여섯 개의 시와 서울특별시를 포함해 총 7개이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 시행을 하면 자립 가능한 지자체가 4개로 줄어든다. 이로써 대한민국의 97%의 지자체가 정부의 도움 없이는 재정적 자립이 불가능한 교부단체가 된다. 교부단체는 정부의 지원 없이 각 지자체를 운영할 수 없다. 정부는 지자체가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금을 보내 주고, 지자체는 정부로부터 독립되어 지자체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게 귀속된 채 지자체를 운영할 것이다. 정부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채 지자체를 운영하는 것은 지방자치제도의 본래 의미를 흐리게 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한 경제 민주화를 포기하는 것이다. 

 지자체가 정부로부터 독립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충분하여 정부에게 돈을 받지 않은 불교부단체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구조상 이미 교부단체인 지자체는 불교부단체가 될 수 없다. 지자체가 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받는 지원금을 아껴 모아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지급한 지원금이 남는다면 지자체에 남겨두지 않고 다시 정부로 반납하라고 한다. 지자체가 아무리 지원금을 아낀들 다시 회수해 가기 때문에 아껴 쓴 소용이 없다. 결국, 지자체는 예산을 아껴 쓰는 방법을 포기한다. 그리고 정부로부터 더 많은 보조금을 받으려는 방안을 세우게 된다. 최근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몇 년간 세입은 줄고 세출은 증가하고 있다. 증가하는 세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사업은 국고 보조 사업이다. 보통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국고 보조 사업은 노인복지사업, 아동 복지 시설 등이다. 지자체는 이 국고 보조 사업 허가 후 많은 지방 교부세를 받는다. 해당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 상당량의 예산이 필요한 데 그만큼 지자체가 돈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돈을 더 많이 받기 위해 예산이 많이 드는 사업을 진행하고 계속해서 지자체의 재정이 적자가 나는 상황, 이 모습을 ‘교부세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더 많은 교부세를 받기 위해 계속해서 세출을 증가시키고 결국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는 하락한다. 필요한 재정을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지원금은 정부의 관리 아래에 있기에 지자체는 중앙정부에 귀속되어 다시는 빠져나올 수 없다.



 이번 정부의 지방재정법 개정은 그럴듯한 말로 포장된 조삼모사이다. 돈이 부족한 지자체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서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돈이 부족하지 않은 지자체의 돈을 끌어다가 나눠주기라니. 듣기에 그럴듯한 말로 둘러댄다고 고개를 끄덕거릴 만큼 더 이상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아랫돌 빼 윗돌 괴는 식의 대응은 오히려 싸늘한 눈초리를 받을 뿐이다. 무너져가는 지방재정법을 되살릴 근본적인 방안을 정말 모르는 건지 모르는 척하는 건지. 이렇게까지 제대로 된 해결책을 목 놓아 기다려야 하나 싶다. 현 정부는 알려주지 않지만 전문가들이 알려주는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방안 두 가지를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우선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 8:2로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난다. 이러한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조정해 시·군의 세입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전국 단위의 복지 사업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며 많은 복지 공약을 내걸었지만, 대다수가 파기 되었다. 반면 국비 사업 보조금은 줄여 지자체의 재정적 부담은 더욱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8:2라는 비율은 지자체의 업무량에 비해 너무 적다. 이 비율을 잘 조절한다면 지자체는 국가의 원조 없이도 충분히 업무 처리를 할 수 있는 수준을 갖출 것이다. 다음으로는 지자체의 운영비용이 모자라 정부에서 보조금을 줄 때 정부는 이 보조금을 다시 회수해 오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 다시 돈을 회수해 가는 정부로 인해 지자체가 교부세의 역설에 빠져 재정자립도를 상실할 것이다. 이러다간 점점 지자체의 자립도가 없어져 서울시를 빼고 지자체라 말할 수 있는 지자체가 없어질 것 같다. 





최정인

덕분에 세금 공부도 해봤습니다.

shdlatnr97@naver.com



  1. 시에서 걷은 과태료, 과징금, 의료 사업 수입, 수수료, 임대료 등 [본문으로]
  2. 보통, 특별, 분권, 부동산으로 더 세분화 되어 있음 [본문으로]
  3. 납세의 의무가 있는 법인이 관할 지자체에 내는 지방세 [본문으로]
  4. 중앙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지 않는 지자체 [본문으로]
  5. 행정자치부의 전자공청회 공개자료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