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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김형민의 시비걸까] 나향욱을 위한 변명


[김형민의 시비걸까]

나향욱을 위한 변명


수습위원 | 김형민

 

 나향욱[각주:1]이라는 자칭 1%지망생 아재는 맞는 말을 했어. 사실이 그렇잖아. 우린 다 개돼지 맞아. 단나 나향욱은 너무 솔직하게 말 한 거야. OECD 국가 중 국민자살률 일빠, 노인빈곤률 일빠, 청소년 불행지수 일빠, 성별 임금차별 일빠, 1인당 노동시간 당당하게 이빠(맥시코 1위), 가장 낮은 최저임금 1위, 노조 가입률 전체 노동자 중 9.9%(OECD 평균 29.1%) 등등[각주:2] 보면 볼수록 똥 나올 정도로 놀라운 수치를 기록하는 나라에서 우리가 개돼지가 아니라고, 오히려 나향욱을 공격하는 사람들이 난 더 찌질해 보여. 마치 이런 거지. 공부를 졸라 못하는 애한테 툭 ‘넌 왜 그렇게 머리가 빠가냐’ 했다가 줘터지는 꼴이야. 자격지심이라고. 자기 상태르 있는 그대로 못 보는 거야. 내 말이 조금 심하다고? 멀리가지 말고 우리 따드(THAAD)[각주:3] 문제를 한 번 얘기 해보자고.


 우리 최고 존엄께서는 전자파 이빠이 듬뿍 따드를 성주군에 갖다 놓는다고 어느 날 갑자기 발표했어. 성주군민 단 한 사람도 발표 전에 그 사실을 몰랐지. 사실 이 대목에서 냐향욱의 주장이 맞다고 생각했는데 따드 반대 여론에 반응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면서 ‘아~시x. 이건 한 쪽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결론이 안 나는 거구라!’하는 확신까지 했지. 무슨 말이냐면, 일단 정부 대응을 보자고. 따드에 전자파가 졸라 쌔서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하니까 정부는 100m 밖은 괜찮고 더욱이 따드를 공중으로 5도 정도 올리기 때문에 상관이 없다는 거야. 그리고 한 발짝 더 나아가서 전자파가 인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을 살포시 ‘괴담’이라고 부르더라고. 하하하(웃음). 나는 이 부분에서 사실 웃다가 빤스를 찢고 싶었어. 배울 만큼 배운 양반들이 온 국민이 중학교 과학 시간에 배우는 플레밍의 왼손 법칙과 쌍두마차 격인 ‘오른손 법칙(right-hand-rule)'을 잊어버린 거야. 오른손 법칙은 전류(전파)가 흐르면(엄지손가락) 주변에(나머지 네 손가락) 자기장이 생기고 전류가 강하면 강할수록 자기장의 세기가 강해진다는 거야. 성주에서 레이더를 쏘면 중국과 러시아까지 탐지가 된다는데 전파를 졸라 소심하게 쏘진 않겠지. 심지어 우리 최고 존엄께서는 전자공학 출신인데 이걸 모를 일이 없다고 난 믿어. 하하하(웃음). 그래서 나는 애초부터 따드와 북한 핵은 아무런 상관이 없구나하고 생각했어.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이 분들한테는 북한의 SLBM[각주:4]도 잡는다는 귀하고 신통한 무기를 사막 한 가운데에 배치한 양키 아저씨들이 얼마나 새가슴처럼 보일까. 하하하(웃음). 심지어 따드를 배치한 괌에서는 따드 전자파에 의해 새(bird)가 어떤 영향을 받을까도 확인(환경영향평가)하고 있는데 성주군 4만 5천 명하고 500m도 안 떨어진 곳에 따드 배치를 화끈하게 결정하신 우리 최고 존엄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작태(?)는 전혀 대국적이지 못하고 참기 힘들 만큼 소심한 행위로 보일 거야. 하하하(웃음). 새한테도 ‘따드가 널 얼마나 괴롭히니’를 묻는, 졸라 소인배처럼 보이는 범신론적 사고를 하는 미국 정부와 달리, 우리나라 현 정부는 성주군민을 새보다도 못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걸 방증하는 거지. 국가안보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짐이 곧 국가니’ 내가 한 결정에 4만 5천 개돼지들은 군말 말고 전자파 맛 좀 봐랏! 하는 거야. 하하하(웃음). 그래서 이 문제는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나향욱의 말처럼 멍청한 동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대화가 성립될 수 없다는 거지. 사실 따드를 찬성하는 세력에서 볼 때 이건 억울한 일이거든. 갑자기 집에서 일하는 개돼지가 주인에게 건방지게 감히 ‘권리’를 주장 하는 거야. 마치 주인이 사료를 바꿨는데 개돼지가 저항하는 거야. 맛없다고 네가 무슨 권리로 나한테 행복추구권과 생존권,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냐고 따니는 격이지. 하하하(웃음). 주인 입장에서 봤을 때, 사람인 자기가 개돼지의 의견 때문에 결정을 철회한다는 것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문제를 넘어 대단히 자존심 상하는 ‘굴욕감’과 ‘패배감’을 맛보게 하는 행위야. 그러니까 개돼지를 조삼모사로 속이면서 힘으로 눌러야지. 힘으로 말이야. 실제로 우리 정부의 대응은 초지일관 “아닌데! 아닌데! 안 그럴 거야! 다 괴담이야!” 이거 딱 한 가지로 보여. 따드를 설치하면 중국과 러시아의 보복이 올 것이라고 예측했고 실제 시진핑이랑 푸틴이 만나서 따드 반대 공동성명[각주:5]을 UN에 제출했어도 정부는 “아닌데! 아닌데! 안 그럴 거야! 다 괴담이야!”를 반복하고 미국 미사일방어국장[각주:6]이 직접 “따드는 (미국)본토 방어용이다”라고 즉, MD(Missile Defense)의 일환이라고 해도 국방부는 “아닌데! 아닌데! 북한하고만 관련 있는 건데! 다 괴담이야!”라고 고장 난 라디오처럼 말하고 있어. 이쯤 되면 국민을 개돼지를 넘어 거의 벌레 수준의 지능을 가진 생물체로 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해봐. 하하하(웃음). 따라서 이 문제는 주인이 개돼지를 힘으로 눌러서 길들이거나 개돼지가 주인을 바꾸는 것 딱 이 두 가지 밖에는 해결책이 없다고 봐.


 어쨌든 나향욱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실을 정확하게 얘기한 거야. 굳이 따드 문제로 가지 않더라고 우린 1%의 금수저와 99%의 흙수저로 구성된 사회에 놓여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경험하고 있잖아. 그런데도 나향욱의 말에 우리가 분노한 이유는 꿋꿋하게 안간힘을 내며 졸라 버티면서 “아니야! 난 노예가 아니야! 난 잘 살고 있어! 이렇게 열심하 살면 밝은 내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라는 우리의 종교적 믿음이자 마지막 자존심을 “x까. 넌 그냥 개돼지야!”라고 LTE급 직설로 날리며 송두리째 무너뜨렸기 때문이야. 분노하지마. 나향욱은 우리가 개돼지 취급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이 문제는 나향욱 하나를 능지처참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잖아. 기분은 풀릴 수 있지. 그게 끝이야. 따드 문제와 마찬가지로 이 문제는 주인이라 우기는 자가 모든 권력을 총동원하여 개돼지를 힘으로 눌러서 찍소리도 못하게 만들어 길들이든지(아니면 밥줄을 끊던지), 아니면 개돼지가 ‘주인이라고 우기는 짜식들’을 없애고 스스로 주인이 되든지 하는 수밖에 없어.


 마지막은 천박한 언어를 구사하면서도 무식하지 않다는 것을 대외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교양 있는 척 하며 몽테뉴의 영원한 친구 라 보에시의 책 <자발적 복종>의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마치겠어.

 “짐승조차 이 정도의 분노는 느낄 것이며, 이것을 참아낼 수 없을 것이다. 그대들이 이 분노로부터 벗어나려고 애쓰는 정도로는 그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 오직 강하게 원할 때만 그대들은 그 상태를 벗어날 수 있다. 더 이상 예속되지 않겠다는 확고한 결심을 하라. 그때 그대들은 자유인이 될 수 있다.”



김형민

세상은 삐딱하게 봐야 제 맛이다.

radiofuniv@naver.com





  1. 7월께 당시 교육부 정책기획관으로 경향신문 기자와의 자리에서 ‘민중은 개돼지’ 발언을 했던 그 사람. [본문으로]
  2.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5년 11월24일에 발표한 통계자료 참조. [본문으로]
  3. THAAD를 언론에서 ‘사드’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th 발음을 살려 ‘따드’라고 발음해야 맛이 산다. [본문으로]
  4.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ubmarine-Lauuched Ballistic Missile), 7월 10일 KBS ‘일요진단’에 한민구 국방장관이 출연하여 북한 SLBM도 요격할 수 있다고 말함 [본문으로]
  5. 6월 23일 상하이협력기구, 25일 베이징에서 두 번의 정상회담에서 두 번의 공동성명을 냈는데 모두 따드 배치 반대 내용이 포함 됐다. [본문으로]
  6.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국 제임스 시링 국장(해군 중장)이 4월 14일,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제출한 서면 진술서에서 말함.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