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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쓰레기 영화 대신 봐드립니다-교생실습

쓰레기영화 대신 봐드립니다


편집장│민경연




 한 권 걸러 돌아온 「쓰레기영화 대신 봐드립니다」입니다. 세상엔 왜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영화들이 참 많습니다. 그 과정에 많은 이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겠지요. 이번엔 ‘아이돌’과 ‘영화’의 상관관계에 대해 말해볼까 합니다. 아이돌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들은 아이돌 열풍의 태동기부터 있어왔습니다. HOT가 출연한 「평화의 시대」, 슈퍼주니어가 출연한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등의 영화는 전문가들에게 좋은 평은 듣지 못하였으나 출연 아이돌 기획사의 투자로 제작비를 확보할 수 있었고, 어느 정도의 관객 수는 보장할 수 있었지요. 네. 팬들이 몇 번이고 가서 본 영화를 보고 또 봅니다. 어쩌면 이 영화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010년 당시 인기 있던 걸그룹 ‘티아라’의 지연이 주인공으로 출연합니다. 「고死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입니다. 특별히 여름이니만큼 공포영화로 골라봤습니다만, 전혀 무섭지 않아 놀랍습니다. 


#5-씨네21 평점 별 0개에 빛나는 바로 그 영화: 고死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

 명문 사립 고등학교 우성고등학교는 방학마다 전교 1등부터 30등을 모아놓고 특별수업을 한다. 방학식 바로 다음날 시작된 특별수업. 아이들은 밤늦게까지 공부에 열심이다. 교실 밖 로비에는 세 명의 선생이 앉아있다. 학생부장 쯤으로 보이는 강 선생, 주요 인물들의 담임선생인 차 선생, 교생 박 선생이다. 강 선생은 자기가 일이 있어 먼저 가려 한다며, 그 대신 모든 학교 문을 닫고 갈 테니 괜찮지 않겠냐고 묻는다. 당연히 괜찮지 않을 예정이지만 그는 앞으로 일어날 일엔 관심 없다는 듯 문이란 문은 다 잠그고 학교를 떠난다. 그날 자정, 자습하는 아이들 위로 천장에서 얼굴이 꿰매진 시체가 떨어진다. 당황하는 아이들에게 방송으로 목소리가 들려온다. “왜 죽어야 하는지 맞춰보아라. 알아내지 못하면 모두 죽는다.” 그리고 별안간 켜진 복도의 텔레비전 속에선 바퀴에 날이 달린 오토바이에 치여 피범벅이 되어 죽어가는 남학생의 모습이 비친다. 아이들은 자살한 수영선수 ‘태연’의 원한이라는 둥 당황한다. 당황한 아이들 앞에 차 선생과 박 선생이 나타난다. 연락방법을 강구하지만 학교는 통화권을 이탈했고, 문은 강 선생이 모조리 닫아버린지라 나갈 길이 없다. 차례차례 학생들이 죽어간다. 차 선생은 심란한 표정으로 복도를 서성이는데, 그에게 전교 1등 ‘지윤’이 다가온다. 지윤은 지금껏 죽은 아이들 모두 ‘그 사건’의 관계자가 아니냐며 두려워한다. 차 선생은 걱정 말라며 그걸 아는 이는 이제 없다고 말하지만 몇 분 지나지 않아 학교 암실의 필름소각장에서 불타 죽는다. 주변엔 온통 이제껏 죽은 아이들과 지윤의 사진으로 둘러싸여있다. 다시 한 번 아이들은 태연의 죽음에 의문을 가진다. 지윤은 두려워하며 어디론가 도망치고, 박 선생과 마주친다. 그녀는 공포에 떨며 태연과 관련된 자신의 범행을 고백한다.

 죽은 이들은 모두 ‘스터디클럽’에 속해있었고, 밤늦게까지 학교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샤워하던 태연을 성폭행하려 했다. 몇 마디 말이 오가고 태연이 지윤의 뺨을 때리고는 뒤돌아서려는 찰나, 화를 참지 못한 지윤이 세차게 태연을 밀어 넘어뜨렸다. 수도꼭지에 머리를 박은 태연은 그만 죽고 말았다. 자살로 위장된 타살이었던 것. 

 범죄 사실을 모두 들은 박 선생의 어조는 굉장히 차갑다. “그러게 왜 그랬어?” 갑자기 방송이 켜지고 박 선생의 모습이 나온다. 10분의 시간을 줄 테니 강당에 있는 휴대전화로 외부에 연락할 수 있게 해 주겠다고 말하자마자 아이들은 강당으로 달려간다. 강당에는 휴대폰이 든 상자의 열쇠와 지윤이 막대에 걸쳐진 긴 끈 양쪽에 묶여있다. 열쇠를 꺼내면 지윤이 죽는 상황에서 아이들은 지윤의 죽음을 택한다. 그러나 시간이 초과되어 연락은 할 수 없었다. 방송을 마친 박 선생의 뒤에는 수상한 남성이 서있다. 알고 보니 그는 죽은 태연의 남자친구였고, 누나인 박 선생과 함께 이 모든 일을 꾸민 진범이었다. 태연이 죽은 그날 연락을 받지 않는 태연이 걱정되어 학교로 달려갔지만 태연을 죽였다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감옥에 갇히고 말았다. 박 선생은 동생 ‘정범’에게 이젠 모두 끝났다고 말하고 방송실을 나가지만 나가자마자 남아있던 학생들에게 린치당해 죽는다. 정범은 학교에 온통 불을 지르고 다닌다. 아이들은 가까스로 학교 내에서 부탄가스를 찾아 구멍을 내 문틈에 끼운 후 불씨를 던져 폭파시켜 탈출한다. 그러나 나오지 못한 학생이 하나 있었다. 태연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세희’ 그녀는 태연이 생전 마지막으로 있었을 학교 수영장에서 감상에 젖어있었고, 정범과 마주친다. 알고 보니 그녀 역시 ‘그 사건’과 연관이 있었다. 막으려 했지만 끝내 방관하고 말았던 것. 정범은 그녀의 발에 추를 묶어 수영장 물속으로 밀어버리지만 태연의 귀신으로 추정되는 이가 세희를 구해주고, 정범 역시 물에 뛰어든 후 태연의 귀신과 함께 먼 곳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물 위로 태연과 세희가 친하던 시절의 사진이 떠가며 영화가 끝난다. 크레디트와 함께 약간의 영상이 나오는데, 이것이 스토리의 일부인지 메이킹 필름인지 구분하기 힘들 지경이다. 

 다른 쓰레기 영화가 그러했듯 별 이유 없이 잔인하고 쓸데없이 야하다. (잔인함이 이 영화가 가진 호러영화로서의 특징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놀랍게도 전혀 ‘호러’하지 않다.) 전체적으로는 쏘우의 마이너카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죽는 당위성도 부족하고 죽이는 이의 등장 역시 너무 개연성 없이 이루어진다. 당장에 정범은 감옥에서 어떻게 나왔는가? 도심에 위치한 학교에서 전파가 터지지 않고 단지 문을 닫았다는 이유만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 역시 불가사의하다. 주입식교육의 폐해로 문 이외의 탈출구를 모르는 아이들을 표현하려 했던 것일까? 또한 ‘그 사건’ 때문에 사람이 죽어야만 했다면 초반부에 아무 이유 없이 죽은 수영부 선생은 도대체 왜 죽었단 말인가? 그녀의 죽음은 스토리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 허술한 스토리에 희생된 이가 하나 더 있다. 주인공(인 줄 알았던) 세희다. 그녀는 분명 아주 초반부부터 주인공처럼 스크린에 자주 비춰지지만 뭔가 있는 듯한 낌새만 풍길 뿐 막상 주요 서사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지 못한 채 겉돌 뿐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태연의 귀신이 그녀를 구해주는 것이 오직 그녀가 죄 없는 주인공임을 알려줄 뿐이다. 

 제목 역시 영화의 내용과 유리되어있다. 전작의 후광을 이용하려는 듯 ‘고사’라 이름 붙였으나 마땅한 ‘문제’가 출제되지 않는 어설픈 복수극일 따름이었다. 교생실습이라는 부제는 범행의 진실과 교생인 박 선생이 연결되어있으리라는 추측을 가능케 하지만 그녀 역시 복수를 위해 정범에게 이용되었을 뿐 핵심에 닿아있다고 할 수는 없다. 


 이동진 평론가는 이 영화의 유일한 장점은 러닝타임이 84분밖에 되지 않는 것이라고 꼽았습니다. 가슴 깊이 동감하며, 여러분은 이런 영화를 볼 바에는 쏘우를 보시길 바랍니다. 




민경연

lemonamelona81@gmail.com

굿다운로더 하겠다고 쓴 내 천원이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