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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인류 멸망 '안'합니다




인류, 멸망 ’ 합니다.

 

편집위원이민솔


 

20163월의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알파고세상이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은 끝났지만 그 충격과 공포는 여전히 남아있다. 기계가 사람을 이겼다니. 호들갑 떨기 좋아하는 친구들은 말한다. “인간은 망했다우리는 기계에게 지배당할 거야” “영화 터미네이터는 현실이 되는구나.” “인공지능의 시대가 도래했다!”

나는 그런 말을 하는 친구를 보면 말한다. “헛소리 하지 말고 잠이나 자라.” 그렇다. 그런 걱정들은 부질없다. 알파고에 대해서 정확히 몰라서 하는 소리이다. 그래서 러비에서 알파고에 대해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딱히 꿀 정보는 아니다. 알파고가 이세돌에게 어떻게 이겼는지 사실 몰라도 잘 살 수 있다. 하지만 5년 정도 지나면 알아야 할 필요성이 조금이라도 생길 수도 있으니 간단하게 읽어보고 넘어가자.

 

 

바둑은 너무 어려워!

지금까지 바둑은 컴퓨터 인공지능이 도전하기엔 너무 어려운 게임이었다. 체스는 이미 지난 1997년 인간이 컴퓨터에 정복당한 영역 중 하나다. IBM이 개발한 슈퍼컴퓨터 딥블루(Deep Blue)’가 당시 체스 세계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꺾은 것이 기준점이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컴퓨터가 체스를 비롯한 각종 게임에서 인간을 이길 수 있는 지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 체스뿐만 아니라 1952년 틱택토라고 불리는 삼목놓기 게임에서 처음으로 컴퓨터가 인간을 이겼고, 1994년에는 체커에서 인간을 넘어섰다. 2011년에는 IBM의 왓슨이라는 컴퓨터는 퀴즈쇼 '제퍼디'에서 우승했다. 인공지능이 체스로 인간을 정복하고, 퀴즈쇼에서도 우승했지만 바둑은 여전히 컴퓨터에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퀴즈쇼 제퍼디에서 우승한 IBM 왓슨

 

바둑만은 도저히 컴퓨터가 인간을 넘어설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바둑은 아주 간단한 규칙이지만, 매우 복잡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 복잡성 때문에 바둑이 인공지능의 도전 과제로 남아있을 수 있었다. 바둑의 규칙은 매우 간단하다. 바둑판 위 흰 돌과 검은 돌을 번갈아 놓으며 상대편의 돌을 들어내거나 공간을 둘러싸 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컴퓨터가 고려해야 하는 경우의 수는 체스와 비교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체스는 말을 움직이는 방법이 정해져 있지만, 바둑은 자유롭게 돌을 놓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 체스와 비교해 바둑은 게임의 판이 더 크다. 바둑 경기의 경우의 수는 10170 제곱에 이른다. 이를 숫자로 풀면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

이나 될 정도로 막대한 숫자다이는 우주에 있는 원자의 수보다 큰 숫자다체스와 비교할 때 경우의 수가 10의 100 제곱 이상 많은 것이기도 하다.

 

 

알파고, Show me 너 뭐니?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바둑에서 컴퓨터로 인간을 이기려는 노력을 오랫동안 기울였지만 계속 실패했다. 그리고…… 알파고가 나왔다. 알파고는 기존의 컴퓨터들과 무엇이 달랐을까?

알파고의 가장 큰 특징은 스스로 학습하는 컴퓨터라는 점이다. 이렇게 저렇게 바둑을 두도록 인간이 정해놓은 것이 아니라, 수많은 경기를 보고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해서 현재에 이른 것이다. 이런 기법을 기계학습, 즉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그리고 딥러닝(deep learning)이라고 부른다.

기술적인 설명을 하자면, 알파고는 기존의 트리 탐색을 사용하지 않고 고급 트리 탐색과 심층신경망(deep neural network)을 결합했다고 한다. 딥러닝의 유명한 모델인 심층신경망은 수백만 개의 신경세포와 같은 연결고리를 포함하는 12개의 프로세스 레이어를 통해 바둑판을 분석한다. ‘정책망’(policy network)이라고 부르는 하나의 신경망이 다음 번 돌을 놓을 위치를 선택하고 가치망’(value network)이라고 부르는 또 다른 신경망은 승자를 예측한다. 알파고는 전문가가 플레이하는 게임으로부터 3천만 개의 움직임에 대해 신경망을 훈련했고 이로써 57%의 확률로 사람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알파고 vs 이세돌 대국, 그 이후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다는 것은 단순히 바둑의 문제가 아니다. 알파고는 바둑만을 위한 알고리즘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이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알파고의 학습능력을 다른 방식으로 이용하면 인간이 그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미지의 숙제들도 어쩌면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기후변화를 더 정확하게 예측하거나 난치병에 대한 해결책을 찾거나, 교통문제 해결방안을 찾는 등 다양하게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 이렇게 거창한 것까지 아니더라도 나에게 가장 적당한 여행 코스를 알려주거나, 내가 좋아할만한 콘텐츠를 제시해줄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 이미 상용화가 되어 있는 부분도 있다. 사실,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은 상당히 우리 삶에 많이 다가와 있다. 유튜브나 넷플릭스에서 다음에 볼 영상을 추천하는 것도 인공지능이고, 구글에서 틀린 검색어를 입력했을 때 고쳐주는 것도 인공지능이다. 우리 대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구글 번역기도 인공지능이라는……

외국에서는 스포츠 경기 심판, 요리사, 웨이터, 자율주행 등 여러 방면에서 인공지능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예술의 영역까지에도 슬슬 진출하고 있는데, 기계가 추상화를 그리거나, 작곡까지도 한다니 정말 신기한 일이다. 이런 과정에서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든다거나, 정말 기계에게 세상이 지배당하는 것은 아니냐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미래에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고, 인간의 일자리를 뺏거나 하는 등의 예측은 섣불리 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기술은 그 자체로는 가치중립적이며, 기술을 구축하는 기술자들의 윤리성에 많은 것들이 달려있다. ,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직업을 만드는 법이다. 그러니까 벌써부터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마무리

딥블루부터 IMB 왓슨, 그리고 알파고까지. 여러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었다. 이제 알파고를 넘어서 앞으로 인공지능이 구현할 미래는 예측불가하다. 기대가 되기도 하지만 그만큼 걱정이 될 수도 있다.

옥스퍼드·딜로이트 미래직업 보고서에 따르면 20년 후엔 96.8%의 확률로 지금 은행원의 자리를 인공지능 로봇이 대체한다고 한다.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군의 개념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에, 20년 후면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개발될 것이라고 했지만, 아직까진 그런 것을 보지 못했다. 그러니 저 예측의 결과는 틀릴 수도 있다.

진정한 AI의 출현이 시간문제일 뿐 언젠가 도달할 미래이고, 머지않아 그게 현실이 될 수 있다고 하면 대중들이 느끼는 공포와 불안감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기에, 나는 AI의 윤리문제에 대한 논의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기계가 인간을 이긴 것은 알파고가 처음이 아니고, 계산과 기억을 포함한 무수한 분야에서 이미 인간보다 멋진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컴퓨터 없이는 살아가기 힘든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니 무작정 인간은 망했다느니, 기계에게 지배당한다느니 하는 부정적인 태도는 버리는 것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좋지 않을까?



 

이민솔

걱정말아요 그대

stormingso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