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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곽곽, 태어나니 낙동강 오리알 신세




곽곽. 태어나니 낙동강 오리알 신세

-텅빈 공식 커뮤니티-

 

편집위원⎟박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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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뮤니티 '곽곽'로고

 

 과 단톡방은 어떻게 들어갈 수 있죠? 교양 과목은 어떤 게 재밌을 까요? 학교 주변에 맛집은 어디 있어요? 수강신청은 어떻게 하는 거죠?... 매년 학기 초가 되면 신입생의 질문으로 페이스 북과 학과 사무실은 북적북적하다. 중·고등학교와 완전히 다른 수업(강의) 시스템과 학교 분위기를 아무 정보 없는 일학년이 적응하기에는 아직 낯설다. 또한 취업상담, 대외 활동, 수강할 강의 교수님의 성향과 같은 정보들을 원하는 재학생들도 이미 경험한 지인과의 교류를 통하지 않고는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 힘들다.

 학교 홈페이지, 각종 오리엔테이션에서 제공되는 정보들에는 ‘어떤 교양이 꿀교양이다.’ ‘학교 앞 어디 밥집이 맛있다.’ 라는 사사롭지만 알찬 정보는 제공되지 않는다. 그래서 학생들은 정보를 얻기 위해 비공식 커뮤니티 사이트(디시인사이드, 페이스 북 대나무 숲) 또는 지인의 도움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비공식 커뮤니티는 익명성이 최고 원칙이다. 때문에 타 학교 학생이 마치 우리 학교 학생인양 거짓 정보를 유포할 수도 있다. 또한 사이트의 특성상 무분별하게 글이 올라오기 때문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 데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

 위에서 언급한 학교생활정보를 비공식 커뮤니티와는 다르게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공식 학생 커뮤니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전 총학생회(비상 학생회)는 우리학교 학생들로만 이뤄진 공식 커뮤니티 사이트인 ‘곽곽’를 개시,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재(2016.2월) 회원 수는 겨우 800명 내외에, 공지를 제외한 학생이 쓴 게시물은 20개도 채 안 된다. 곽곽오리는 왜 태어나자마자 외면 받게 되었을까.

 

목 빠지게 기다리다 김빠진

곽곽의 첫 등장은 31대 총학생회(이하 비상학생회)의 공약에서 이었다. 당시에도 학생들은 정보교류를 디시인사이드, 대숲과 같은 비공식 커뮤니티에 의지하고 있었다. 비상 학생회는 전산회의 지원을 받아 공식 커뮤니티 개설, 활성화하겠다는 발언을 여러 학교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들의 주요 대선 공약으로 홍보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다른 공약인 ‘택배 대리 수령’과 ‘통합 분실물 센터’를 커뮤니티 사이트에 포괄시켜 실현한다고 구체적인 계획을 발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선 후 비상학생회의 적극적인 홍보와는 달리 진행은 미진했다. ‘학생 커뮤니티 사이트 개설은 어떻게 되가는가.’에 대한 계속되는 언론의 질문에 비상 학생회는 ‘진행되는 과정에 부서 간에 소통이 잘 못 되어 약간 지체가 되었다.’로 일축하였고, 그러는 사이 2014년 4월에 계획되었던 커뮤니티 개설은 다음 해 2015년 10월 비상전체학생대표자대회(이하 비상전학대회)까지 지체가 되었다. 비상전학대회에서도 커뮤니티개설의 지체에 대한 규명요구에 비상학생회는 ‘외부 업체에 외주를 맡겨 우리의 소관을 벗어났다, 곧 10일내로 개설될 것.’라는 책임 회피를 했다. 비상전학대회에서 커뮤니티 외에 분실된 영수증, 학생들과 소통 부족과 같은 그간 활동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계속 되자 전 총학생회장 사의를 표명했고 커뮤니티 개설은 더 멀어졌다.

 

황량한 낙동강

비상전학대회 이후 부랴부랴 학생들에게 커뮤니티 이름을 공모하여 ‘곽곽’이란 이름이 결정되었고 곧 바로 2015년 11월에 곽곽이 탄생했다. 예상보다 일년 반 이상 늦춰진 개시였기 때문에 학생들의 저조한 관심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비상학생회의 곽곽 홍보, 활성화 활동은 이름 공모 게시글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전 31대 비상학생회는 학생회장 사임 이후로 추진력을 잃었고, 곽곽은 현 32대 학생회(동행 총학생회)가 당선되기 전까지 약 한 달간의 공백 기간 동안 아무런 피드백을 받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그나마 있던 미미한 관심도 점차 사라졌다. 곽곽 사이트에는 학교 측 공지 사항, 저조한 사이트 게시글 횟수를 한탄하는 글들만 올라왔다. 학교 공지글이 대부분이란 점에서 학교 공식 홈페이지와 다른 차별성을 갖지 못했고 학생 커뮤니티의 강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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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게시판

 

 

동행: 뜻밖의 곽곽

곽곽이 탄생한 폭풍의 2015년이 지나, 2016년 새 학생회인 32대 ‘동행 총 학생회(이후 현 학생회)’가 당선되었다. “학우 여러분들과 함께 걷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건 현 학생회는 예상치 못하게 곽곽과 동행하게 되었다. 곽곽의 새로운 책임자가 된 현 학생회에 그들의 입장과 이후 계획에 대해 물어 보았다.

 

Q: 커뮤니티에 대한 현 학생회의 입장은 어떻게 되는가.

A: (중략) 일단 커뮤니티를 활성화 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 했다. 방안에 대해 논의를 했고, 커뮤니티를 전담할 수 있는 TF팀을 꾸리는 식으로 이 사람들을 커뮤니티에 전념할 수 있게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그런 인력을 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현재의 커뮤니티는 외주를 통해 업체의 제작으로 만들어졌고, 서버 유지 보수 역시 업체에서 담당한다. 지금 부총학생회장이 그 공문을 전달하러 갔는데, 이제 우리 학교 서버로 가져와보자, 라는 의견이 나왔다. 도서관 지하 1층에 정보전산원이 있다.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고 말씀을 드렸더니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학교 홈페이지 우측 상단 바에도 곽곽 카테고리를 추가하고 포털 로그인시 상단에 e-클래스를 비롯한 카테고리에 커뮤니티 란을 추가해서 접근할 수 있게 협의 중이다. 현재는 직접 검색하거나 도메인을 치는 수밖에 없다. 다만 서버가 학교 전산원 서버와 동일한지라 통합정보시스템에 로그인하는 것과 같은 과정의 로그인이 필요하다. 그래서 커뮤니티는 전체 실명제로 운영될 것 같다. 단 몇 개의 게시판은 익명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할 생각이다.


Q:그러면 기존에 있던 닉네임은 어떻게 되는가?

A:실명제니까 사라질 것이다. 기존에 승인하던 방식이 무척 아날로그였다. 가입 시 본인의 인적사항을 적으면 일일이 명부(15년도 2학기 재학생 명부)에서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아주 한시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열람 권한 역시 문제가 되었는데, 신입생은 아직 학번 부여가 안 된 상태라 열람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공지사항이 있는 게시판은 전 회원(게스트, 정회원 모두)이 볼 수 있게 하되, 특정 게시판만 정회원만 이용 가능하게 하려고 계획 중이다.

 

Q:현재 곽곽의 실질적인 운영진이 학생회에 마련되어 있는가?

A:구성이 되었다. 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당선 직후 꾸리려고 사방으로 수소문했지만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는 구성을 했다. 기본적으로 정보전산원 서버에 위치하기에 그분들도 도움을 주시겠지만, 이런 게시판이 필요한 것 같다거나, 디자인이 이렇게 바뀌었으면 좋겠다. 하는 의견이 들어온다면 TF팀이 처리할 테고 기본적인 컨텐츠는 총학생회 기획국에서 담당할 생각이다.

 

Q:기획국에서 콘텐츠를 올렸는지? 곽곽에 자주 들어갔지만 거의 글이 없었다. 꾸준히 컨텐츠가 있어야 유입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다. 너무 기술적인 부분에 치중하는 것이 아닐까 우려가 된다.

A:어제(2016년 2월 2일) 정보전산원 서버로 이전이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계속 지속적 콘텐츠가 있어야 유입이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콘텐츠에 대해서는 계속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애초에 회원만 열람이 가능하고 쓰기가 가능하다. 승인이 되지 않은 사람은 열람조차 불가능 한 것이다. 현재의 승인 방식은 아날로그다. 이런 시스템이 정비되기 전에는 무언가를 올리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시스템을 확실히 갖춘 후 콘텐츠를 올릴 생각이다.

기획하고 있는 콘텐츠에 대해 말하자면, 곽곽은 총학생회가 운영 주체이다. 총학생회는 총학생회실이라는 오프라인 장소에서 활동한다. 무언가 거래가 이루어진다면 이곳에서 직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게 하는 방식이지 않을까 한다. (예를 들어) 이미 학복위가 하고 있지만 분실물센터를 추가로 운영할 생각을 하고 있다. (중략)기본적으로 새터 내지는 단대 학생회 주관의 행사를 곽곽에서 확인할 수 있게 공지 할 생각이다. 또한 별도의 회원가입이 필요 없는 환경이 되어 접근성이 높아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Q:곽곽 이외에 과기인이라는 또 다른 커뮤니티가 존재하는데 곽곽과 통합하는 방법은 시행될 수 없는가?

A;(중략)통합에 대해 시도를 해보긴 했다. 지인의 지인이 과기인 운영자3인 중 1인이어서 연락을 해본 적이 있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 통합을 하고 그렇지 못하다면 과기인이 학생들이 쉽게 접근 가능한 가벼운 쪽으로 가고 우리는 공식적인 행사 사업에 대한 홍보나 학교의 공지사항을 다루는 각기 다른 노선으로 가면 어떨까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그들은 소중하게 만든 사적 사유물이 토의의 주제가 된다는 것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겠다는 말을 했다. 그들은 독자적으로 학교정치를 초월하여 작게는 각자의 개인적 목표를, 크게는 학교의 발전에 지대한 공을 미치길 바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고, 이에 곽곽과의 통합이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독자적 노선으로 가겠다는 생각이 워낙 확고해서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새로운 가능성, 과기인

전 학생회에서 현 학생회에 곽곽이 넘어가는 와중, 익명의 과기대 학생 3명에 의해 또 다른 학생 커뮤니티인 ‘과기인’이 탄생했다. 과기인은 혜성같이 등장하여 커뮤니티에 목마른 학생들의 관심을 끌었고, 기세를 몰아 여러 활성화 이벤트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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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인 활성화 이벤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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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인 배너

 

강의평가 게시 시 막걸리 한 짝 증정, 가입률이 높은 과를 선출해 막걸리 증정 등 꽤나 매혹적인 상품을 내걸었다. (막걸리를 특히 좋아하는 운영진이다.) 이후 활성화 이벤트 이외에도 사이트의 구성을 다채롭게 하기 위해 배너 공모전을 열기도 하고 사이트 내에 연재할 웹툰과 소설 작가를 모집하는 등 학생들의 관심 촉구를 위한 운영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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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인 월간 주간베스트 게시판. 활동 점수 랭킹

 

또한 사이트 글에 좋아요 기능을 추가해 월간, 주간 베스트 게시물을 따로 메인에 게시하고 활동을 왕성히 하는 회원에게 활동점수와 레벨을 부여하는 등 커뮤니티 내에 구성되어 있는 시스템 또한 구조적이다. 지속적인 운영진의 활성화 이벤트와 잘 짜여 진 커뮤니티 틀이 학생들의 요구와 맞닿아 과기인의 회원 수는 급격히 상승했다.(2주만에 1000명돌파)

과기인과 곽곽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과기인은 개인이, 곽곽은 영구적인 단체인 학생회가 운영을 한다는 것이다. 과기인 이전에 개인이 개설하고 운영한 마이서울텍이란 학생 커뮤니티 사이트가 있었다. 마이서울텍은 운영자가 생업에 치여 운영을 포기하였고 그 이후 사장된 사이트가 되었다. 과기인 또한 그런 길을 걷게 되지 않을까 라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커뮤니티 사이트가 유저들의 참여로 존폐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과기인은 적어도 첫 고비는 넘긴 게 아닌가 싶다.

 


곽곽 우는 오리

 현재 곽곽은 커뮤니티 활성화 이벤트는커녕 사이트의 구조를 고치는 대공사를 치르는 중이다. 동행 학생회 인터뷰에서 언급됐듯이, 곽곽의 공사 후 모델은 과기인, 디시인사이드와 다르게 전면 실명제 커뮤니티이다. 또한 학교의 행사와 과 행사와 같은 공식적인 일들을 보다 체계적으로 전달하고, 또한 학생회라는 오프라인의 단체가 주관하는 학생 복지사업에 많이 연관될 것으로 보인다. 학생 대표 단체가 운영하는 만큼 공식, 규범적인 성격을 띨 것이다. 이러한 커뮤니티 모델이 기존에 있는 커뮤니티, 학교 공지 홈페이지와 어떤 식으로 경쟁하여 살아남을지, 애초에 곽곽이 어떤 모습으로 개편이 될 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이다. 하지만 이렇게 사이트가 개설되어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누가 지켜봐 줄까 의문이 든다.



박자영

foxgirl10@naver.com

오리도 귀여운데 활성화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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