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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드라마 제작의 새로운 바람, '사전제작'



 

드라마 제작의 새로운 바람 ‘사전 제작’


 

수습위원|최정인



얼마 전 《태양의 후예》가 38.8%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하였다. 그 뿐만 아니라 tvN은 케이블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시그널》, 《응답하라 1988》 등 지상파 드라마를 능가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이 세 작품의 공통점은 바로 지금까지의 드라마 제작방식과는 조금 다른 제작방식을 이용해 드라마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태양의 후예 》는 1 회 방영 전 모든 촬영을 끝내고 방영을 시작하는 사전제작으로 제작되었고, 《시그널》과 《응답하라 1988》은 1 회 방영 전체 촬영분량의 반 이상을 찍어둔 후 방영을 시작하는 반사전제작으로 제작되었다. 드라마가 성공하는 데에는 많은 성공 요인이 있고 그 중 앞서 말한 이러한 제작 방식은 성공 요인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이러한 (반)사전제작을 함으로써 얻은 수 있는 가장 큰 효과는 드라마 제작 환경이 나아지고 그 때문에 드라마의 완성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방금 만들어서 지금 보는 드라마

지금 우리나라의 드라마 제작 환경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대부분 드라마는 초반 2~3회 정도만 찍어둔 상태에서 방영과 촬영을 동시에 한다. 그러다 보니 드라마 후반부로 갈수록 찍어둔 분량이 없어지고 써 놓았던 대본도 없어진다. 그 결과 쪽대본에 의지해서 촬영을 진행하고 밤샘촬영도 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진다. 배우는 쪽대본에 의지하여 연기해야 하므로 제대로 상황이나 감정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연기하게 될 수도 있고 배우를 포함한 전 스태프와 감독이 밤샘촬영으로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치게 된다. 심지어 촬영이 지연되며 편집을 할 시간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드라마임에도 생방송처럼 방송에 나가게 되거나 방송 시작 전까지 편집을 마치지 못해 방송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게다가 쪽대본은 작가가 시간에 쫓겨 급하게 쓰기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에 완성도 있게 만들어지기 힘들다. 결국 드라마의 처음은 짜임새 있고 재밌지만, 뒤로 갈수록 흐지부지해지며 용두사미라는 말을 듣는다. 이렇게 용두사미식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는 완성도가 떨어지게 되고 시청자의 외면을 받는다.

하지만 (반)사전제작을 통해 드라마를 만든다면 이러한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 1회 방영 전 드라마의 반 이상 혹은 모든 분량을 찍어두었기 때문에 쪽대본이 존재하지 않고 처음부터 대본이 완고인 상태에서 촬영을 시작한다. 따라서 드라마의 내용이 탄탄하고 짜임새 있게 끝까지 이어진다. 무리하게 밤샘촬영을 하지 않아도 되므로 배우와 제작진도 항상 좋은 몸 상태를 유지 할 수 있다. 편집할 시간도 충분히 있어 편집상의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낮아진다.

 

시청률의 노예가 된 제작진 ...?!

(반)사전제작을 함으로써 얻게 되는 이점이 많음에도 왜 지금까지 잘 쓰이지 않게 된 것일까? 그 이유는 드라마의 수익구조에서 찾아볼 수 있다. 드라마의 수익구조는 크게 드라마가 방영되면 생기는 직접적인 수익 (1차 수익), 저작권에 의한 수익(2차 수익), 드라마를 상품화해서 얻을 수 있는 수익(3차 수익)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지금까지 한국 방송제작자들은 1차 수익인 광고수익으로부터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일반적으로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 전후에 방영되는 광고는 드라마와 함께 높은 시청률을 얻을 수 있다. 높은 시청률은 높은 매출로 이어지기 때문에 많은 광고주가 높은 시청률이 나오는 드라마 전후에 광고를 내보내기 위해 경쟁을 한다. 하지만 반대로 시청률이 낮은 드라마는 광고주들이 굳이 광고를 내려고 경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드라마는 광고로부터 얻을 수 있는 수익을 벌어들이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반)사전제작으로 제작되는 것보다는 시청률에 따라 유동적으로 드라마를 바꿀 수 있는 현재의 제작방식이 훨씬 유리했다. 예를 들어 사전제작으로 드라마를 모두 찍었는데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는다면 드라마를 다시 찍을 수 없어서 끝까지 다 방영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처럼 시청자 반응을 보며 방영과 촬영을 동시에 한다면 드라마 내용에 변화를 주어 시청자를 더 끌어 모을 수 있고 아예 조기종영을 시켜버리기도 쉽다. 그래서 쪽대본에 의지하고 생방송 같은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굳이 사전제작을 하지 않았다.

 

무시할 수 없는 대륙의 힘!!

최근 들어 한류 드라마 열풍이 불기 시작하며 일본, 중국, 동남아를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우리 드라마의 수출량이 크게 증가하였다. 그에 따라 드라마 수익의 많은 부분을 국외 방영으로부터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곳이 중국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인터넷 방송일지라도 드라마 방영 전에 반드시 사전 심의를 받도록 규제를 강화하였고 그 심의를 거치는데 최소 2~3달이 넘게 걸린다. 사전제작이 본격적으로 많이 사용되기 전까지는 TV 보다 규제가 약한 인터넷 방송을 통해 한국에서 드라마가 방영된 직후 중국 인터넷 방송에 바로 드라마를 방영하였다. 하지만 규제가 강화되었기 때문에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방영을 하기 위해서는 미리 드라마를 다 완성하여 중국의 심의를 거친 후 한 - 중에서 동시에 방영해야 한다. 만약 사전제작을 해놓지 않아 한-중 동시 방영을 할 수 없게 된다면 우리가 중국에서 드라마 심의를 받는 동안 중국 전역에 불법으로 복제된 드라마가 전역으로 퍼지게 될 것이다. 중국이 한국 드라마 소비의 거대 시장으로 자리 잡은 현재 우리는 이 소비자를 무시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고 이에 따라 중국 진출을 하기 위해서 (반)사전제작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사전제작이 가져올 드라마의 미래

작년부터 시작된 (반)사전제작의 바람은 점점 커지고 있다. 방영 중이거나 방영예정인 사전제작 드라마는 7편, 반사전제작 드라마 역시 10편이 넘었고 이 숫자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그 내막을 살펴보면 드라마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제작진의 의도보다는 좀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한 목적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현재 우리의 열악한 제작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현상이다. 지금까지 많은 배우가 드라마 현장 개선이 시급하다는 발언을 해왔다. 놀랍게도 불만들 토로한 배우들이 모두 주연급의 최고 배우였다는 것이다. 주연급 배우도 촬영현장이 열악하여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소위 말해 힘없고 배경 없는 연예인들의 대우는 어떠할까. 비단 연예인뿐만이 아니라 작가나 PD를 포함한 모든 스태프들의 고통 또한 심할 것이다. 사전제작은 이러한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고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좋은 드라마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최정인

shdlatnr97@naver.com

올해 나의 인생드라마는 태양의 후예... 아니 또 오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