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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민주주의 유린하는 박근혜 정권을 규탄한다 - 교지 <러비> 시국선언문




[민주주의 유린하는 박근혜 정권을 규탄한다]
교지 <러비> 시국선언문



박근혜 정권에 의해 피로 이룬 민주주의가 유린당했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투표를 통해 권력을 위임받은 박근혜 대통령은 절차적 정당성이 없는 최순실에게 권력을 넘겼습니다. 민주주의의 의의는 그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권력이 대표자에게 위임되는 과정, 또 그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과정도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비선’이라는 말처럼 최순실은 어떠한 감시나 통제도 받지 않았습니다. 숨겨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늦었지만 박근혜-게이트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드러날수록 참담하기 짝이 없습니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는 우리와 다른 나라에 사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대학에 오려고 누가 시켰는지도 모를 경쟁에 내몰려 있을 바로 그때, 정유라는 이화여대엔 있지도 않던 승마 전형을 만들어 입학했습니다. 우리가 대학 진학 후에도 끝없이 이어진 무한경쟁 속에서 노오오력하고 있을 때, 정유라는 온갖 특혜를 받았습니다. 출석 미달로 학사경고를 받자 느닷없이 학칙이 개정되고 소급 적용하여 학점을 챙겨 가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정말 같은 나라에 사는 것이 맞는지 의심스럽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른바 박근혜-게이트에서 이야기를 멈추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여러 형태로 표출되고 있는 정권에 대한 분노가 비단 박근혜-게이트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정권 들어 국정은 항상 시끄럽고 어지러웠습니다. 이 정권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통해 하나의 사관을 제외한 다른 사관을 없애려 했습니다. 그 교과서는 오는 11월 28일 공개될 예정입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노조 조직률은 OECD 가입국 중 뒤에서 네 번째인데 ‘강성 노조’ 때문에 경제가 발전하지 않는다고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 탓을 하며 ‘노동개악’을 추진하기도 합니다. 자유와 해방을 이야기한 예술인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정부정책에서 ‘왕따’ 시키기도 했습니다. 쌀값의 정상화를 이야기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온 백남기 농민을 물대포로 살인한 정권입니다. 세월호 참사로 304명의 사람이 죽었는데도 정상적인 특조위조차 꾸리지 못하여 밝혀진 진상이 없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민주주의가 유린당하는 많은 사건을 겪었고 지금 박근혜-게이트로 이 땅의 민주주의는 땅으로 더 빠르게 추락하는 중입니다. 많은 ‘정상’들이 ‘비정상화’되고 있습니다.

10월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한 부산에서 대학생들의 입을 경찰이 막았습니다. 그리고 목을 감아 연행했습니다. 그들은 ‘박근혜 하야’를 외칠 예정이었지만, 그들의 입은 막혔고 소리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10월 29일 청계광장 도처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습니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참가했고, 갑자기 차가워진 바람에도 ‘박근혜 퇴진’과 ‘최순실 구속’을 외쳤습니다. 그 목소리는 청와대에서도 들렸으리라 믿습니다. 철학자 랑시에르는 진정한 정치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들리게 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비록 지금까지는 우리의 목소리가 박근혜 정권에게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았더라도 들리게 하겠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진정한 정치의 주체는 박근혜 정권이 아닌 우리입니다.

“훗날, 역사가 ‘오늘’을 중요한 날로 평가한다면 그건 아마 여러분이 우리가 함께 광장에 섰기 때문일 겁니다.” 10월 29일 ‘한겨레21’에서 이런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11월 12일 또 한 번 우리의 목소리를 모을 수 있는 날이 있습니다. 그 날 다시 한 번 광장에서, 그 목소리를 듣길 바랍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지편집위원회 <러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