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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기획-대학] 고인 고통-대학생으로서 경제적 삶


고인 고통

-대학생으로서 경제적 삶


사무국장│박자영



 과거의 고생은 추억이 되기 마련이다. 현재가 버거운 나한테 이 만큼 위안을 주는 말이 없었다, 언젠가 이렇게 고생스러운 것도 지나가리. 그렇게 내 대학생활은 빨리 흘러가야 할 것이 되었다. 


먹고 살기 힘들고

 내가 학기 중에 거주하고 있는 곳은 고시원이다. 본가에서 먼 대학교에 합격했을 때 나에게 허락된 타지의 보금자리는 얼마 없었다. 사정이 넉넉지 못했던 그 당시, 자취방을 구할 때 필요한 500만원 정도 하는 보증금은 헉 소리 날만큼의 금액이었다. 기숙사 또한 정원이 얼마 되지 않아 선택받은 자만이 가는 파라다이스처럼 느껴졌다. 아쉽게도 나는 거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처음에 좁은 고시원 방을 보고 한숨을 쉬자 관리원 아주머니가 달래듯이 내게 하신 말은 ‘옆방에도 같은 학교 학생이 살아요.’였다.


 지금부터 언급되는 안정 주거는 부모님과 함께 집에서 생활하는 대학생 자녀를 의미하고, 비 안정 주거는 부모님과 함께 살지 않고 따로 주거하는 대학생을 의미한다. 

 위의 그래프 1을 보면 타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올라온 대학생의 약 60% 정도가 비 안정 주거 생활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옆 그래프 2를 보면 수많은 비 안정주거학생 중 10%만이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타지에서 머물 거주지를 구했다고 해도 집세뿐만 아니라 생활비가 대학생들에게 큰 부담을 준다.

 그래프 3을 보면 고시원/하숙과 기숙사 거주면 안정 주거보다 생활비가 적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주거비에 대한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그리고 안정 주거와 비교해서 비 안정 주거 학생들이 받는 가족 지원금이 더 높으며, 자취와 고시원/하숙의 경우 지원금뿐만 아니라 직접소득 즉 아르바이트 같은 학생이 직접 벌어들이는 소득의 비율도 안전주거보다 높다. 그래프 4는 총 수입원에서 지출비용을 뺀 수치로 비안정주거의 학생들 경우 전부 마이너스인 것을 볼 수 있다. 종합해서 보았을 때 가족과 같이 살지 않는 대학생이면 그들에게 부담되는 생활고와 지원해주는 가족들의 부담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돈 벌기 힘들고

 대학교 시험 기간에 대학가 카페를 가보면 독특한 광경을 볼 수 있다. 카페는 독서실처럼 조용하고 나오는 노래들도 모두 차분한 노래들로 교체되어 있다. 이야기를 나누려고 카페를 들른 손님들은 암묵적으로 흐르는 침묵 법칙에 얼마 안 가 자리를 뜬다.

 시선을 돌려 손님이 아닌 직원들을 살펴보자. 아르바이트생들이 유난히 피곤해 보이고 주문을 받는 목소리가 갈라져 있다. 손님으로 카페를 갈 때 ‘시험 기간에 고생한다.’라며 자연스럽게 아르바이트생을 우리와 같은 대학생이라고 생각한다. 그 생각은 90%의 확률로 적중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아르바이트의 90%는 대학생으로 그들 중 70%는 생활비와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응답했다.

 최저 시급 6030원으로 월평균 대학생 생활비인 60만원을 벌기 위해서는 한 달에 100시간 이상을 일해야 하며, 이는 일주일에 25시간이다. 학업과 아르바이트가 대학생들 하루의 절반씩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무관하다. 다른 활동을 할 시간은 대학생들에게 남아있지 않다.


공부하기 힘들다

 학기 중에 고통이 방학이 되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라는 희망을 품는다. 나는 조금 동화적인 감상을 가지고 있어서 고통의 끝에 안식과 행복이 있을 거라는 환상을 품고 있다. 하지만 고통은 학기의 시작과 끝이라는 시간 포물선에 함께 흐르고 있지는 않았나 보다. 나는 학기 중에 학교에서 공부하던 시간에 또 다른 아르바이트를 끼워 넣었다. 이번 학기에 전전긍긍하던 장학금을 결국 얻지 못했고 이대로 가면 내 졸업은 또 미뤄지게 된다. 영원한 대학생이라니 정말 끔찍한 미래이다.


그래프 6을 보면 대학생 10명 중 8명 정도가 생활비와 더불어 학비로 인해 아르바이트를 학기 중에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4년제 일반 대학 1인당 평균 등록금은 약 666만원[각주:1]으로, 그래프 7을 보면 그 인하 가격은 6천 원대로 0.01%의 인하율을 보인다. 결국, 학생들은 방학기간 약 2개월 동안 600만원에 해당하는 다음 학기 등록금을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거금은 별다른 가족 지원금이 없이 단순 아르바이트만으로 얻어낼 수 없는 금액이다.

 대학교의 높은 학비 부담은 고질적인 사회 문제로 여겨졌다. 그에 따라 여러 지원방법이 고안되었으나 그 지원 대상이 제한적이라 그 실효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국가 장학금 같은 경우 소득분위 기준 변경과 성적제한 등의 장벽이 있어 등록금의 절반 이상 받는 학생은 일부이며 국가 장학금을 받는 학생도 10명 중 4명 정도로 그치는 것으로 측정된다.[각주:2] 국가장학금 신청 자격은 국내 대학의 소득 8분위 이하 대학생에 성적은 직전 학기 12학점 이상 이수자로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 성적을 획득해야 한다.

 국가 장학금의 수혜자가 40%정도라면 학교에서 지급하는 성적 장학금은 어느 정도 일지 감이 잡힌다. 위의 그래프 8은 전국 대학 중 가장 높은 등록금을 자랑하는 10개의 대학의 등록금 대비 장학금 비율을 나타낸 그래프로 가장 높은 명지대의 경우 800만원에 해당하는 등록금을 지불해야하지만 그에 대비 지원하는 장학금은 평균12%, 학생 당 80만원에 그치는 것을 볼 수 있다. 

 장학금 외에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낮은 이자율로 학비를 빌려주는 학자금 대출과 같은 시스템이 있다. 하지만 소득 9∼10분위 대학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그 대상이 장학금보다 제한적이다, 그리고 10년 안에 채무를 모두 상환해야 하는 페널티가 있다. 졸업 후 취업이 불명확해지는 불경기 시대에서 600만 원가량 축적되어 있는 채무를 10년 내로 상환할 수 있는 사회 초년생은 거의 없다. 결국 본질적인 해결이 아닌 급한 불끄기 정도의 수단이 된다. 

 취업 시장의 동결이 지속되는 상황도 대학생들의 경제적 삶을 악화시키고 있다. 학생들은 졸업생들을 피하는 취업 시장의 경향에 맞추어 졸업을 미루고 무의미한 스펙 경쟁을 끌어가야 한다. 이에 따라 그들이 드는 비용은 리미트 무한을 향하게 되고 그에 따른 부담은 현재 개인 학생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대학생인 나의 시간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항상 생활비, 학비를 구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취업을 위해 하는 활동들은 그 결실이 불확실하기만 하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흘러가는 것은 내 신체적 젊음뿐이다. 부담뿐인 대학생이라는 신분은 더는 청춘을 빛나게 하지 않는다. 애초에 내가 학생이었던 적이 있었던가. 취업 목적 밖에 남지 않는 대학교에서 나는 학생이 아닌 취업 준비생일 때가 많았고, 졸업 후에도 반복되는 취업 준비는 영원할 것 같이 느껴진다. 결국 대학을 다닐 때 짊어졌던 고통은 사회 초년생인 나에게 눈덩이처럼 돌아올 것이고 이 반복되는 시간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공포가 나를 절망하게 한다. 과거가 추억이 되는 이유는 그것이 지나가고, 극복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고통은 언제까지고 현재에 머문다.



박자영

foxgirl10@naver.com

꽁실꽁실대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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