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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 애니메이션 봐도 되나요?



이 애니메이션 봐도 되나요?

수습위원┃백주원



1. “신지츠와 이츠모 히토츠!”

2. “오레와 카이조쿠오니 나루!”

3. “즈라자나이, 카츠라다!” 


 당신이 일본어를 모름에도 불구하고 이 대사를 이해하거나 피식 했다면 당신은 아마 일본 애니메이션(이하 애니)을 좀 봤다 하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 애니 등장인물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대사일지라도 그 대사 자체가 귀에 익을 만큼 애니를 많이 봤다는 뜻이 될 테니까. 아, 참고로 1번째 문장은 코난의 대사 “진실은 언제나 하나!” 이고 2번째 문장은 루피의 대사 “나는 해적왕이 될 거야!” 이며 3번째 문장은 은혼 등장인물 중 카츠라의 대사 “즈라가 아니다, 카츠라다!” 이다. 필자는 저 애니들을 모두 좋아하며 대사도 외우고 있다.


필자는 애니를 좋아할뿐 오타쿠가 아니니 오해하지 말자.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애니를 즐기고 있다. 애니 3대장 「원피스」, 「나루토」, 「블리치」 일명 원나블과 코난, 짱구처럼 대중적인 애니부터 연금술사, 페이트 시리즈, 에반게리온 시리즈처럼 오랜 기간 두터운 매니아 층이 있는 명작 애니. 그리고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각주:1]」, 「기어와라! 냐루코양」처럼 제목만 들어도 왠지 덕의 기운이 흠씬 느껴지는 애니까지. 이미 분류하기 어려울 만큼 수많은 애니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 유명한 짤이 바로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 이다.


「기어와라! 냐루코양」의 하스타. 참고로 남자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애니를 다 보는 것이 과연 가능은 할까? 불가능의 확률이 매우 높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중 자신의 취향에 맞는 애니를 선택하여 시청한다. 선택 기준에 있어서는 작품성, 캐릭터, 스토리, 작화, OST 등 많은 고려사항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필자가 질문을 하나 던져보겠다. 탄탄한 스토리, 훌륭한 작화, 취향저격 캐릭터 그리고 완벽한 성우진과 OST 까지. 정말 재미있을 것 같은 애니메이션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이 애니가 만약 일본의 과거사를 미화하고 한국을 비하하는 우익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면, 당신은 이 애니를 볼 것인가?

 애니에 드러나는 우익적 요소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우리가 싫어하는 일본의 모습과 사상에 정확히 닮아있다고 볼 수 있다. 혐한, 독도 논란, 역사 왜곡, 전쟁 미화, 위안부 책임 회피 등 우리가 일본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질 때 떠오르는 모든 개념들을 포함하고 있다. 주로 우익 성향의 작가와 제작사에 의해 이러한 애니들이 만들어지고 이후 애니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이러한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이다. 대중은 미디어에 노출되고 세뇌되기 쉬운 만큼 애니를 보는 사람들이 저런 메시지에서 완벽하게 자유롭진 못 할 것이다. 물론 이와 상관없는 정상적인 애니들이 대다수 이지만 우익 애니 역시 적은 수가 아니고, 그 중엔 우리에게 익숙하고 또 생각 없이 봤던 것들도 있을 수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우익 애니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라이트 노벨을 원작으로 한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 작중에는 친구에게 사과하는 방법에 대해 남매가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여기서 “사죄와 배상”, “모 정부처럼 말하지 마라” 라는 대사가 등장한다. 눈치 챘는지 모르겠지만 현재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과거 위안부 만행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을 비꼬는 것이다. 사죄와 배상은 위안부 논란에 관해 일본에게 늘 거론하는 요구사항이고 모 정부는 당연하지만 한국 정부를 의미한다. 이런 사안을 장난스럽게 언급하는 장면은 애니라도 확실히 기분이 나쁘다.

 또 다른 애니를 살펴보자면 동명의 게임을 원작으로 한 「함대 컬렉션 -칸코레-」가 있는데, 이는 바다에 등장한 심해서함이라는 괴물 때문에 혼란에 빠진 세계를 소녀들이 구한다는 내용의 애니이다. 캐릭터도 귀엽고 작화도 괜찮다고 평가 받지만 이 애니 역시 우익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일본 전함들이 의인화 되어 등장하고 반대로 적대 세력인 심해서함은 연합군을 상징한다. 전투 장면에선 등장인물들이 전함을 연상시키는 무기들을 장착하는데 과거 전쟁에 사용되었던 전함들을 미소녀로 모에화[각주:2]시켜 거부감을 줄이고 오히려 친밀감이 들게끔 의도했다는 지탄을 받은 적 있다. 마지막에는 역시 주인공 일행(함대)이 적들을 격침하고 정의(일본)가 세계를 구했다는 메시지까지... 일반적인 애니의 흐름이지만 등장인물이 일본 전함을 상징하는 점을 생각해봤을 땐 역시 불편한 내용이다. 


일본군 전함은 귀여운 소녀로, 반면 연합군 전함은 괴물로 묘사되어 있다.



 대놓고 한국을 비하하는 애니도 존재한다. 「마법과 고교의 열등생[각주:3]」 에선 작품 전반에 일본이 세계 최강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고 작중 한국의 진해항을 폭격으로 날려버리는 장면이 등장한다. 「학원 묵시록 Highschool of the dead[각주:4]」 는 갑자기 고등학교에 등장한 좀비들을 주인공이 처치해가는 스토리인데 작중 한류배우 배용준을 닮은 좀비가 머리에 총을 맞고 처참하게 제거되는 장면이 등장해 한때 논란이 인 적 있다. 유명 한국 배우와 상당히 닮은 좀비가 등장한건 과연 우연일까, 아니면 다분히 혐한사상이 담긴 것일까? 


누가 봐도 닮은 것 같은데?



 끝이 아니다. 「헤타리아[각주:5]」 라는 BL[각주:6] 개그 애니에선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각 국가가 남성으로 의인화 되어 등장한다. 주인공은 일본과 독일, 이탈리아인데 어느 정도 감이 오는가? 그 외에도 많은 국가들이 캐릭터로 등장하는데 문제는 한국 캐릭터가 보고 있으면 어이가 없을 정도로 이상하게 묘사되어 있다. 멍청한 이미지에 일장기 찬양자이고 중국을 형이라 부르며 한자나 스시는 사실 한국이 원조라고 우기고 있다. 게다가 일본의 가슴을 자주 만지려 드는 변태로 그려진다. 일각에선 일본의 가슴은 독도를 상징하고 한국이 계속 일본의 가슴을 만지려 드는 건 “일본의 영토인 독도를 한국이 탐내고 있다.” 라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혐한의 모든 것을 담아낸 애니라고 볼 수 있다. 필자는 이 말도 안 되는 애니를 접하고 곧 정의 내렸다. 이건 진짜 쓰레기라고. 전쟁, 폭격, 학살, 인체 실험 등 참혹한 과거의 전쟁사를 개그와 일상으로 희화화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태도는 대체 무엇인가? 그리고 자신들이 저지르고 있는 과오를 한국 캐릭터에 투영시키고 반대로 일본 캐릭터는 티 없이 맑고 순수하게 묘사해 자기들은 전혀 상관없다는 태도 역시 일본의 극우 성향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귀여운 캐릭터와 코믹한 내용 뒤에 추악한 꼼수를 숨겨 둔 것이다. 이런 애니가 제작되어 방영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그저 당혹스럽고 화가 날 뿐이다. 


「헤타리아」 포스터. 근데 한국이 대체 왜 일장기를 들고 있는지 모르겠다.


문제의 그 장면. BL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한국 캐릭터의 설정 의도에 초점을 두자.



 이렇듯 일부 애니에는 알게 모르게 혹은 대놓고 우리에게 불편한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다. 애니는 애니 그 자체로 보면 되는 거지 굳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고 단순하게 확정 짓기엔 민감한 요소들이 많다. 부분적인 우익 요소부터 애니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우익 정신까지, 이것들은 가볍게 생각할 만한 것이 아니다. 저런 종류의 애니를 보면서 우리가 그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만 한다. 필자가 소위 밀리터리 스타일로 저런 애니를 모두 금지! 시킬 수 있는 능력도 생각도 없지만 이거 하나, 몇몇 애니에는 우익 성향이 들어 있을 수 있는데 그것을 필터링 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잘못된 현상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그럼 어디까지 우익 애니로 인정해야 할까? 애니의 특성상 우익 논란에 휩싸이기 쉬운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그 기준이 애매하여 특정 애니를 두고 우익인지 아닌지 인터넷에서 논쟁이 벌어지는 경우도 허다한데, 그 중 대표적인 예로 전범기라고도 불리는 욱일기를 생각해보자. 중앙에 태양을 상징하는 붉은 원과 그 주위로 빛을 상징하는 팔방으로 뻗어 나가는 붉은 선의 모양을 한 욱일기 문양은 과거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라 할 수 있으며 일본 우익에 빠지지 않는 요소이다. 그런데 많은 애니에서 욱일기 문양이 등장하곤 한다, 깃발로써의 욱일기가 등장하는 애니도 몇 있지만, 대부분은 깃발 자체라기 보단 주로 배경과 강조의 효과로 많이 쓰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애니들 역시 모두 우익 애니라 할 수 있을까? 작가나 감독이 어떤 의도로 욱일기를 사용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고 일본 정부가 젊은 세대에게 비뚤어진 역사관을 교육 하고 있는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욱일기는 언급 그 자체만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기 충분하다. 뭐가 정답인가.


「원피스」 와노국과 「강철의 연금술사」 쟝 하보크 소위. 두 장면의 욱일기 문양은 분명 차이가 있는데 좌측은 일본색을 두드러지게 하는 용도로, 우측은 단지 강조 효과로 사용되었다. 우측 장면도 우익 성향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을까?



 작가가 우익 논란에 휩싸이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진격의 거인」 작가인 이사야마 하지메가 트위터에 일제강점기 역사를 옹호하고 정당화하는 글을 올려 우익 논란이 일었던 건 꽤나 유명한 사건이다. 작가가 우익 성향을 가진 건 알겠는데 그러면 그의 작품 역시 우익일까? “작가의 성향은 애니에 나타나는 법이다.” “작가와 애니는 따로 두고 봐야한다.” 두 의견 모두 틀린 건 아닌데, 뭐가 정답인가.


「진격의 거인」 작가의 비밀 트위터



 필자는 잘 모르겠다. 사람마다 해석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어느 측의 의견이 옳다 그르다 정의 내리기란 참 어렵다. 결국 판단은 각자의 몫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필자 뿐 아니라 독자 여러분에게 까지. 

 끝으로 처음에 언급했던 질문을 되뇌어 보자. 이런 애니메이션을 봐도 되는 걸까요? 우익의 기준도 각자 다르고 우익 애니를 대하는 태도도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답이 존재할 것이다. 그 와중에 필자의 의견을 조심스럽게 제시해보자면 우익 성향이 드러나는 애니를 절대 시청하지 말자고는 할 수 없겠다. 각자 보고 싶은 애니를 골라 보는 건 자신의 자유인데 그걸 누가 뭐라 할 수 있겠는가. 정말 재미있고 작품성이 뛰어나다면 불편한 요소가 포함되어 있더라도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 선택은 각자의 몫이니까 그것들을 보는 사람들을 향해 무작정 욕 하는 건 옳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가 고려사항에서 완전히 제외되는 것 역시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애니를 보는데 있어 이러한 것들이 있다는 걸 되새기고 한번 쯤 생각해본 후 판단 내릴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보면서 옳지 않은 것에 대해선 불편해 할 줄도 알아야 할 것이다. 덕질도 개념 있게 해야 하지 않겠나요?




백주원

bjw941229@naver.com

“아냐, 우린 세계를 지키는 히어로 따위가 아니야.

어린 아이들에게 미래를 살아가게 해주고 싶은 아버지다.” 

히로시(짱구 아빠)가 제 최애캐 입니다. 회상 장면은 언제 봐도 감동이네요.


 

  1. 후시미 츠카사 원저 [본문으로]
  2. 인물, 동·식물, 무생물 등 특정 대상을 미소녀, 미소년의 모습으로 묘사하는 것. 주로 눈과 머리가 크며 홍조가 사용되어 귀여운 게 특징이다. 애니 캐릭터들이 모에 하게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본문으로]
  3. 사토 츠토무 작. [본문으로]
  4. 사토 다이스케, 사토 쇼지 작. [본문으로]
  5. 히마루야 히데카즈 작. [본문으로]
  6. Boys love의 약자로 남성간의 동성연애를 다룬 장르.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