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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무정치와 정치

무정치와 정치


편집장 | 남영주


 정치에 관심 갖지 않고 살기 힘든 요즘이다. 하루가 멀게 단독과 특종들은 터져나오고 그 사이에 우리는 절망과 분노 혹은 달관을 느끼지만, 정치나 뉴스에 관심을 주지 않기란 참 힘들다. 그런데 우리는 분노가 있어야만 정치에 관심을 주어야 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렇지 않다. 우리는 언제나 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 이야기를 ‘무정치’를 표방했던 총학에서부터 시작해보려 한다.


‘무정치’ 선본의 당선



▲ 2013년 당시 두 선본의 홍보물 중 일부


 2013년 11월 22일 “무정치색 100%”라는 슬로건을 들고 나온 선본이 총학생회 선거를 압도적 표차로 당선했다. 그에 반해 함께 나온 다른 선본은 “국립대의 위상을 지키겠습니다”, “사소한 행동들도 모이면 거대한 힘이 될 것입니다”는 등 다소 열심히 ‘정치’를 하겠다는 입장을 말했다. 당시 우리대학 외에도 무정치를 이야기하던 선본이 당선된 대학이 많았다. 주로 ‘운동권’과 ‘비운동권’의 선거 양상을 보였고 많은 대학에서 비운동권 선본이 총학생회가 됐다.

 우리대학의 경우, 운동권 총학에 지침을 느껴 무정치 선본이 당선에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운동권 총학이 있었던 2012년은 올해처럼 참 다사다난한 해였다. 당시 총학은 등록금 인하 투쟁을 하며 삭발을 하기도 했고,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에 시국선언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외에도 소위 ‘정치’라고 얘기하는 일들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격한 ‘정치질’은 사람들에게 피곤함을 줬을 것이다.


‘무정치’가 할 수 있는 일


 이렇게 ‘정치’를 하는 총학에 사람들은 힘들어했고, 지쳤던 것 같다. 실제로 총학으로 향하는 많은 비판이 있었고, 다음 총학을 ‘무정치’ 선본에게 맡겼다. 그리고 2015, 2016년에도 ‘무정치’라는 단어를 사용하진 않았지만 행보가 비슷한 선본이 당선됐다. 2014년 이후 우리대학의 총학은 무언가 ‘정치’라고 부를 일을 하지 않았다. 등록금심의위원회는 짧은 시간에 등록금 동결로 마무리됐다. 학점삭제제 폐지, 재수강제 변경 등의 일이 있을 때도 학생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고 학교에 전달하는 총학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이번 평생교육단과대학 지원사업 사건도 그렇다. 우리가 총학에서 들을 수 있었던 말은 주어만 달랐을 뿐 학교가 하던 이야기와 같았다.

 이야기에 더 깊게 들어가기 전 ‘정치’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야 한다. 총학에게 ‘무정치’라는 게 가능하긴 할까? 총학은 어쨌거나 정치를 하겠다는 기구인데 ‘무정치’라니 아이러니다. 이 글에서 총학의 ‘정치’가 따옴표 안에 가둬져 있는 이유는 그것이 진짜 정치는 아니기 때문이다. 진짜 정치는 그들이 얘기하는 ‘정치’가 아니라, 학생들을 대변하고 권리를 보호하여 학내 민주주의를 진보시키는 일이다. 그들은 그저 ‘정치 혐오’에 빠져 꼭 해야하는 정치도 하지 않았다.

 물론 최근에 시국이 시국이라 그런지 고무적인 분위기가 보인다. 총학생회는 3년 만에 시국선언을 했다. 그리고 광장엔 우리 대학의 깃발이 다시 나타났다. 학생들의 참여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차기 총학 당선자는 앞으로도 정치적 활동을 하는 데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 한다. 고무적인 분위기이다. 무정치의 끝에는 정치가 남아있었다.


정치를 하자 


 그러니까 우리는 ‘무정치’를 하겠다는 정치인을 뽑았었다. 하지만 우리가 뽑은 총학은 무정치를 하는 총학이 아니라 정치를 이상하게 하는 총학이었다. 잘못된 정치인을 뽑은 것이다. 그 결과 우리의 정치가 어디로 갔는지는 세세하게 들여다보지 않아도 쉽게 추측해볼 수 있다. 지금 지천에 널린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최순실이라는 이름 하나에서 나오는 셀 수도 없는 의혹이 연일 쏟아져 나왔다. 잘못 뽑은 대통령이 나라를 얼마나 쉽고 빠르게 망칠 수 있는지 확인했지 않은가. 

 총학과 대통령을 같은 선에 올려두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정치인은 정치를 해야하고, 우리는 정치에 관심 가져야 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정치에 관심 갖기를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정치가 우리의 삶과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라는 것을 지금 이 시국 아래 느끼고 있지 않은가. 우리의 정치 아래 정치인은 올바른 정치를 할 것이다.

 여태 우리가 관심 갖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그럴 수도 없다. 민주주의에서 어떤 선택은 당시의 최선이다. 하지만 그것이 잘못이라 판단된다면, 함께 이야기하고 수정해나가는 것도 민주주의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권리이자 힘은 함께 이야기하는 것에 있다고 믿는다. 우리가 관심갖고 토론할 때 학내 민주주의는 더욱 발전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함께 고민하고 토론해야할 때다. 그리고 러비는 그를 열심히 돕겠다 약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