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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기획-대학] 아프니까 청춘인가


아프니까 청춘인가

편집위원 | 강연주


 분명 적지 않은 기간이었음에도 정신을 차리고 보면 방학은 어느새 저만치 지나있다. 새 학기가 시작하면 으레 찾아오곤 하는 고통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학창시절 내내 같은 증상을 겪었으며 대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당연히 같은 수순을 밟았고, 그렇기에 올해도 당연히 피로함과 짜증이 몰려오리라 어렵지 않게 예상했다. 과거에는 개학과 함께, 그리고 이제는 개강과 함께 찾아오는 스트레스는 늘 일정한 시기에 찾아와 비슷한 강도로 나를 괴롭혔다. 날씨가 풀릴 즈음이 되면, 나는 늘 전년도와 다를 바 없이 힘들었고 마찬가지로 별 차이 없는 시기에 안정을 되찾곤 했다. 날씨가 변할 때마다 으레 찾아오곤 하는 감기 정도로 생각했던, 매해 크게 다를 바 없던 고통의 강도가 그러나 올해는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을 알아챈 것은 중간고사를 이틀 남겨두고 있던 때였다. 기꺼이 시간을 내어준 친구는 아무래도 내가 좀 아픈 것 같다고 했고, 물론 아픈 곳은 몸이 아니라 정신 쪽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요즘 같은 세상에 대2병 그렇게 드문 것도 아니라는 위로를 듣고 있자니, 마땅히 반박할 말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수 있어 더 우울했다.

 명확한 정의가 내려지지 않은 만큼 당신의 대2병 발병 여부를 가릴 정확하게 가려낼 수 있는 수단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세간에서 대2병이라는 단어가 주로 쓰이는 글의 전체적인 문맥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가려낼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답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 처했는데 그 문제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해결될 수 있으리란 확신이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하는가? 애초에 출발선조차 다른 사람의 존재를 보며 이유 모를 박탈감을 느낀 적이 있는가? 만약 당신이 이와 비슷한 이유로 불안함이나 허무함을 느낀다면 대2병의 존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요즘 같은 세상에, 그렇게 드문 일도 아니니 말이다. 

 대3병도 아니고, 대4병도 아니고, 하필 대2병인 이유는 단순히 중2병과 라임을 맞추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각자의 새내기시절을 되새겨보면, 물론 모두에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겠지만, 이제 성인이 되었다는 데서 오는 흥분과 새로운 장소에서의 새로운 만남에 정신이 팔려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잠시 붕 떠 있던 기분은 새내기의 타이틀을 후배에게 물려줘야 할 때 즈음 슬슬 다시 가라앉기 시작하곤 한다. 신입생이라는 보호막에서 벗어나는 순간, 그제야 조금씩 현실의 벽을 깨닫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여기서 대2병과 중2병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감에서도 알 수 있듯, 대2병은 이전부터 쓰이던 중2병의 진화형태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그러나 걸린 정도가 심각할수록 세상이 만만하게 느껴지곤 하는 중2병과 달리 대2병은 오히려 자신이 얼마나 만만한 존재인지 깨닫기에 걸리는 병에 가깝다. 허세는 중2병에 걸린 사람치고 발견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증상이지만 대2병에 걸린 사람에게서는 좀처럼 발견하기 힘든 것이 아닌가. 

 대2병이라는 표현이 사용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병은 그 전부터 존재해왔다고 생각한다. 발병의 원인이 되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수면 위로 떠오르고, 병의 존재가 구체적으로 그려지기 시작하여 이제야 명명하게 된 것이다. 대2병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발병하여 공통된 증상을 보이는 이 병을, 과연 환자 개개인의 잘못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아도 좋을까. 

 대2병이 정말로 무서운 이유는 아무리 그 원인과 증상에 대해 파헤친다 한들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 명확한 치료법이나 예방법을 찾을 수 없다는 데 있다. 높은 발병률 덕택에 대2병은 점점 더 널리 퍼져나가고 있으나 누구도 완치를 위해 손을 쓰지 못하는 실정이다. 과연 병의 시작점이 어디인지 논란이 끊이지 않는 지금, 발병자들은 물론 그 끝이 어디인지도 알지 못한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를 투병뿐이다.



강연주

kkyj0705@naver.com

다른 건 몰라도 몸만은 튼튼하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헛된 생각이었습니다. 

뒤에 이어지는 좌담회와 짝을 이루는 기사이니 참고하여 읽으시면 더 재미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