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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그늘에 가리워진 그들의 삶: 고졸 노동자

그늘에 가리워진 그들의 삶

: 고졸 노동자


최정인│수습위원



 지난 5월 구의역에서 19살의 한 청년이 지하철 스크린 도어 수리를 하던 중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였다. 당시 김 군의 가방 속에 들어 있던 것이 수리 기구와 컵라면, 삼각 김밤 뿐이었다. 그토록 험하고 힘든 일을 하면서 시간에 쫓겨 컵라면 밖에 먹을 시간밖에 없었다는 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더욱 슬픔에 빠지고 공분하게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김 군의 죽음을 애도하며 지하철역과 많은 길거리에 김 군을 추모하는 메모를 붙였다. 김 군의 사망이 더욱 안타깝고 화가 났던 이유는 그의 죽음의 원인이 고졸이었기 때문이다. 

 사고의 원인은 아주 간단하다. 구의역은 2호선에 있으며 1호선에서 4호선까지의 열차는 서울 메트로에서 운영된다. 서울 메트로의 관리자는 은성 PSD에서 전관예우로 오신 분들이 꿰차고 있었고 그들에게 높은 임금을 주느라 직원들에게 줄 월급이 부족했다. 그 결과 2인 1조라는 현장 매뉴얼을 지키지 못할 정도로 직원 수가 부족해졌다. 현장 직원들은 대다수가 고졸 노동자이며 그들에게 현장 매뉴얼을 지킬 정도로의 대우만 해줬더라도 김 군 외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을까?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쉽게 무시해도 되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우리나라에서 고졸 출신인 사람은 무시해도 된다는 인식은 뿌리 깊이 박혀있다. 하긴 명문대생은 일반대생을, 일반대생은 전문대생을 무시하는 일도 아무렇지 않은데 고졸쯤이야 당연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생각 속 그들을 차별하는 수준과 그들이 체감하는 차별받는 수준은 천지차이다. 취업 후 받는 임금 차이, 임금 상승률의 차이, 승진율의 차이, 아니 애초에 그들에게 주어진 기회부터 차이가 난다.



2010년 고졸자의 취업률은 23.3%. 그리고 2014년 고졸자의 취업률은 33.5%이다. 물론 꾸준히 고졸자의 취업률이 상승하였지만 이 수치에는 거품이 끼어있다. 취업률을 부풀리기 위해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채 통장 내역만 있다면 취업을 했다고 통계에 포함시켰다. 때문에 믿을만한 수치가 절대 아니므로 취업률이 올랐다고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 


고졸 취업률을 올리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정책

 점차 낮아지는 고용률, 낮은 임금. 이로 인해 고졸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니 정부에서는 그들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다. 첫 번째로 마이스터고 도입을 비롯한 특성화 고등학교 활성화이다. 특성화 고등학교는 특정 분야의 인재와 전문 직업인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고등학교이다. 특성화 고등학교의 계열에는 관광, 보건, 방송·미디어, 아트, 공업, IT, 상업 등으로 다양하다. 대학 진학 대신 졸업 후 바로 취업을 위해 마련된 학교였지만 특성화고의 취업률이 바닥을 쳤다. 

 이에 이명박 정부는 마이스터고를 통해 이를 해결하겠다고 하였다. 마이스터고는 유망 분야의 특화된 산업 수요와 연계하여 최고의 교육으로 젊은 기술 명장(meister)을 양성하는 특성화 고등학교이다. 마이스터고 도입 이후 특성화고의 취업률이 몰라보게 성장하였다. 하지만 이런 명예 뒤에는 결코 달갑지 않은 어두운 현실이 존재한다. 통계상으로 나온 취업률은 마이스터고 도입 이후 급격히 상승하였다. 하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것은 다르다. 보통의 대학 졸업생의 취업률을 조사할 때는 신뢰성 확보를 위해 건강보험 가입 자료, 보험 가입 여부 등 많은 것을 확인한다. 하지만 특성화고 학생은 다르다. 그들의 취업률 확인은 별도의 자료 없이 재직증명서만 있으면 된다. 교육부의 조사 결과 실제 취업률은 46.6%에서 약 11%가 줄어든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정부는 취업률을 조작하여 특성화고를 졸업한다면 대학에 진학하지 않아도 취업이 잘 된다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취업률을 부풀리는 것 이외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 가령 근무환경이 열악한 곳으로 취업을 시킨다든지, 안전상 문제가 많은 곳으로 현장 실습을 보내기도 하며 심지어 전공과 관련 없는 업체로 현장실습을 보내기도 한다. 심지어 꿈을 쫒는다는 명목 하에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는 이른바 열정페이로 일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마이스터고가 아닌 특성화고에 입학한 학생은 더 심각한 현실과 마주한다. 그들은 3학년 때 아예 대학 진학반을 만들어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하는 것이 아닌 대학 진학을 한다. 특성화고를 졸업한다고 취업이 100% 보장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이라도 다녀야 남들과 비슷한 수준에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는 고졸 채용에 대한 다양한 법률 제정을 한다는 것이다. 현재 기업에서는 채용 전형 중 고졸 전형 등을 통해 고졸자를 채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정규직으로 그 직장에서 꾸준히 일하지 못하고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위태롭게 회사에서 일한다. 또한 이들은 직장 내부에서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멸시를 받을 때도 있다. 그래서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고졸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입시와 취업과정에서 지원자의 출신 학교를 묻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대기업 출신인 고위 관리자들이 출신학교를 보고 신입사원, 신입생을 뽑는 학벌주의, 학력주의가 우리 사회에 만연하다. 이런 우리 사회에 고착된 악습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학력 차별 금지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내놓은 법안에 따르면 명문대 위주의 채용설명회를 여는 것이 금지이며 민간 기업도 신규채용인원의 35%를 지역 인재로 채우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의 법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현재 공공기관에 권고하는 고졸자 채용 비율은 20%, 그러나 실제로 채용한 비율은 2014년 6.5%의 비율만 채용하였다. 공공기관에서조차 정부 권고안을 지키지 않는데 민간 업체에서 과연 지킬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또한, 민간 기업에서 35%에 달하는 신입 사원을 지역 인재로 채용한다는 것이 역차별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고졸, 그들 스스로가 느끼는 감정

 고등학교 졸업만 한 후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금방 자신이 마주한 현실에 비참함을 느낀다고 한다. 고등학교 내내 자신이 일하고 싶은 분야의 각종 기술을 배우고 자격증을 딴다. 하지만 현장에 나갔을 때 자신이 생각한 것과는 아주 다름을 깨닫고 좌절감에 빠진다. 방송 PD가 되고 싶어 대학 대신 특성화고를 택한 A군이 있다. A군은 방송기술을 전공하며 각종 자격증을 따고 공모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직장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가 그곳에서 얻은 것은 그 어떤 수당도 없이 받는 100만원 남짓한 월급과 신체적 피로, 그리고 스트레스뿐이었다. 결국, A군은 방송계 취업을 접었다.

 취업 현장에서 느끼는 것 외에도 고졸자들은 많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20살에 대학생활을 하지 않고 취업현장에서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괴롭고 외롭다. 고등학교 때까지 함께 하던 친구들은 아무 고민 없이 즐겁게 학교생활 하고 자신의 생활을 즐긴다. 자신이 절대 경험할 수 없는 대학생활이라는 문화를 즐기는 모습이 자신을 한없이 작고 가엾은 사람으로 만든다. 반면 본인은 취업을 한 후 사회생활에 치여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다. 그래서 점점 우울해지고 친구들과의 만남도 점차 줄어든다. 고졸보단 전문대라도, 전문대보단 4년제라는 말에 백번 공감하며 취업을 포기하고 대학 진학을 꿈꾼다. 

 그들이 대학에 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스스로가 느끼는 자격지심 때문이 아니다. 모든 사람을 대학으로 몰아넣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많은 취업준비생의 취업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들은 소위 말하는 대학 엘리트 코스를 밟은 사람들이다. 이들의 눈에 띄어 취업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원하는 조건을 갖춰야 하며 그 조건의 밑바닥에는 대학이 깔려 있다. 대학을 나오지 않는다면 현장경험이나 실제 업무능력과는 상관없이 취업이 힘든 것이 현재 상황이다. 취업이 안 되는 것을 자신이 탓으로 여기며 괴로워할 것이 아니라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사회의 일원으로 취급하지 않는 우리 사회를 탓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대학 진학률은 약 70%. 대다수의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대학 진학률을 보이고 있다. 대학을 나온 사람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많은 현재, 고졸자들은 소수라는 이유로 많은 차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차별 속 대부분의 고졸자들은 대학을 다니지 않는 자신을 탓하며 자학하고 있다.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먹고 살길이 없다며 대학을 강요받는 이 사회에서 고졸자들이 차별을 받고 힘들어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가. 다수라는 울타리 안에서 편안함을 느끼며 고졸자들이 받는 고통을 애써 외면해왔다. 이 와중에도 수많은 고졸자가 고졸이라는 이유로 많은 차별과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대학의 이야기만 하다가 대학 밖을 떠올렸다. 대학 밖, 대학이라는 문턱을 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은 어두운 곳으로 내몰리고 있다.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들리게 하는 것이 진정한 ‘정치’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대학의 이야기를 하는 것과 동시에 고졸의 삶은 들리지 않는 곳으로 들어간다.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드러내기 위해 이 기사를 준비했다.




최정인

대학을 나와도 문제, 안 나와도 문제네.

우울해...대2병이 오고 있나...?

shdlatnr9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