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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부와 고등어 - 미세먼지에 대한 정부 대응


정부와 고등어

-미세먼지에 대한 정부 대응



편집위원┃이민솔



콜록콜록, 고…고등어……?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에게 너무 중요한 공기. 지구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생물은 공기가 없으면 살 수 없다. 이렇게 소중한 공기가 최근 미세먼지로 인해 오염되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최근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 미세먼지의 심각성에 대해서 들을 때마다 괜스레 콧구멍이 건조해지고 목도 가려워지는 느낌이다. 심하면 눈도 따끔거리는 느낌이랄까?

 길을 걷다가 보면 미세먼지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도 많이 보인다.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미세먼지의 위험성은 널리 알려졌다. 심지어 초미세먼지가 발암물질이라는 연구 결과까지 나왔다. 미세먼지의 위험성에 대해서 너도나도 한마디씩 보태는 상황이다. 이런 관심이 높아지면서 조금은 불편했는지, 청와대도 직접 나서 관계부처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리고 환경부에서 고심 끝에 내놓은 대책은 참으로 어이없고 단순한 것이었다. 미세먼지의 위험성에 대해 현황과 원인을 설명하고 대응 방안에 대해 설명하기는커녕 “고등어, 삼겹살“ 등의 언급을 통해 주방이 마치 미세먼지의 주범인 것처럼 지목해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진짜 국민들의 건강에 신경을 쓰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고등어는 좀 아니잖아.


 거의 모든 환경오염이 그러하듯, 한번 오염된 대기는 하루아침에 정화할 수 없으며 개인 한 사람 한 사람, 한 국가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도 없다. 따라서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정부와 기업 그리고 전 사회가 나서서 국제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노력해야 할 문제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미세먼지’, ‘초미세먼지’가 올라오고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기를 구입하는 시민들이 늘어나는 등 대기오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일부 시민들은 거리에 나가 미세먼지 대책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며 직접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사실 2000년대 초반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굉장히 높았다가 2012년에 절반 가까이 감소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과거에는 미세먼지 자체에 대한 국민적 인식도, 경각심도 부족했기에 정부가 대기오염 대책을 내놓아도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정부 입장에서 환영해야 할 사안이며 국민적 지지를 받으며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서 보다 혁신적인 방안을 내놓고 실천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4월 말부터 현재까지 미세먼지 이슈를 다루는 정부의 행태는 오히려 국민들의 반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4월 말로 돌아가 보자. 2016년 4월 26일 청와대에서 열렸던 박근혜 대통령과 국내 주요 언론사 편집국장과의 간담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미세먼지에 대해 언급하면서 미세먼지와 그리고 조금은 생소한 초미세먼지가 화두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많은 국민들은 미세먼지의 위험성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뿌연 하늘 때문에 걱정되기는 하지만 이게 그토록 건강에 해로운 것인지, 잠깐 외출하는 것은 괜찮은 것인지, 정부의 미세먼지 주의보를 보며 답답하기만 했다. “에이 뭐 괜찮겠지!” 하면서 또 걱정 없이 외출을 했다가도, 한편 언론에서는 미세먼지 유해성과 우리나라의 대기오염 수준의 심각성을 앞 다투어 보도하며 국민들의 불안감을 높였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성분을 가진 대기 중 부유물질인 미세먼지가 코와 기도를 거쳐 깊숙한 폐에 다다르면 호흡기 및 심혈관계 질환을 발생시킬 수 있고, 특히 초미세먼지의 경우 입자가 작아 폐를 직접 통과하고 혈액을 통해 전신 순환을 해 사망률을 증가시킨다는 내용이 주가 됐다. 해외에서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우리나라 대기오염 수준이 최하위에 속하며 그로 인한 조기사망자수가 급증할 것이라는 내용도 밝혀졌다. 실제로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신규 지정했다. 2015년 우리나라 미세먼지 오염도는 전국 26, 서울 23㎍/㎥으로 WHO 권고기준(10㎍/㎥)과 선진국 주요도시(도쿄 16, 런던 15㎍/㎥)에 비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여론은 급속도로 얼어붙었고 이토록 심각한 미세먼지에 대해 정부가 여태껏 쉬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져 나왔다. 그야말로 ‘미세먼지 파동’ 속에 정부는 “고등어, 삼겹살”의 발언으로 현 정부의 수준을 증명한 것이다.



고등어는 죄가 없다


 요즘 엉뚱한 이유로 고등어가 팔리지 않는다는 소식이 들린다. 정부 부처의 부주의한 언론 플레이가 얼마나 국민들의 생활을 오도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환경부는 도심에 밀집된 직화구이 가게들의 미세먼지 배출 기준을 정하겠다고 한다. 물론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기준과 방법을 정해서 시행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생활오염원 문제를 선제적으로 크게 부각시키는 것은 본질을 흐리려는 물타기라는 생각이 든다. 생활오염원에 대한 규제는 환경부보다는 보건복지부가 먼저 나서는 것이 모양새가 좋다. 이미 미세먼지를 방출하는 대표적인 생활오염원인 흡연은 보건복지부가 나서서 하고 있지 않은가? 흡연 규제와 마찬가지로 이 문제 또한 보건복지부가 먼저 대국민 캠페인을 하고 그 다음 환경 규제로 풀어나갈 사안처럼 보인다. 정부부처의 미세먼지 문제에 대응하는 순서가 틀렸다.

 생활 오염원으로부터 나오는 미세먼지는 전체의 15% 남짓이다. 이보다 훨씬 많은 양이 다른 발생원으로부터 기인한다. 자동차, 공장, 건설현장, 그리고 화력발전소 등이 바로 그곳이다. 환경부에서는 올해부터 자동차에 대한 미세먼지 기준을 정해 규제할 모양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환경부에서는 공장, 건설현장, 화력발전소 등의 미세먼지 규제방안에 아직도 손을 놓고 있다고 한다. 현행법에선 이런 곳들에서 방출되는 먼지의 단위시간당 방출 총량만을 문제 삼지 그중 포함된 미세먼지의 양은 규제사항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직화구이 가게들의 미세먼지를 논할 정도로 국민 건강에 대해 세심한 배려를 하는 환경부 관계자들이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을까? 아닐 것이다. 영세한 음식점들을 대상으로 한 규제는 쉽지만 눈치 보이는 대기업이나 정부 산하기관 자회사들에 대해서는 함부로 규제를 언급하기조차 힘든 게 그들의 현실이다.

 환경부는 현재 미세먼지를 적절히 규제할 수 없는 이유로 측정기술과 관리, 사업장 여건을 들고 있다. 측정기술? 10여 년 전부터 환경부 과제에 이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들이 있어왔고 현재 여러 기업들이 미세먼지 측정 장치를 개발해서 팔려고 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상당한 성숙 단계란 얘기다. 환경부에서 기준만 정해서 법령화하면 된다. 관리는? 환경부는 이미 오랫동안 이들 사업장에서 발생되는 유해 가스들을 규제하는 관리자 역할을 해왔다. 거기에 미세먼지를 하나 더 얹어서 관리하는 게 무슨 문제란 말인지 이해할 수 없다. 사업장 여건…… 그렇다. 이제야 환경부가 비본질적인 생활오염원을 내세우며 미세먼지의 근본적인 문제를 흐지부지 덮어 버리려고 하는지 이유를 알겠다. 사업장 여건은 미세먼지 배출원을 갖고 있는 대기업이나 정부 산하 기관의 이익과 직결되는 문제다. 이런 걸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는 하소연을 하는 셈이다. 일반 진공청소기보다 헤파필터[각주:1]가 부착된 진공청소기가 훨씬 비싼 건 미세먼지를 잡기 위해서 그만큼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사실을 가리키고 있다. 사업장에서도 이 논리는 마찬가지다. 그 만큼 비용을 들여야 미세먼지 포집이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거대 이익집단들의 이익을 보장해주어야 할까? 도대체 환경부가 누굴 위해 존재하는 정부 부처인지 제대로 인식하고 대처했으면 좋겠다.




이민솔

고등어 친구. 굴비. 

stormingsol@naver.com


  1. 원래 반도체라인의 클린룸에서 미세먼지를 제거할 목적으로 연구개발된 것으로 요즘엔 가정용 진공청소기에도 사용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