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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대학을 시녀라 생각하는 그들을 위해


ⓒFocusnews



대학을 시녀라 생각하는 그들을 위해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과 관련하여



명예위원 | 남영주



※ 모든 내용은 8월 26일 기준입니다.


 대학가에 방학이 찾아오면 언제 바빴냐는 듯 조용해진다. 이렇게 방학의 대학가는 조용하기 마련인데 이번 방학은 너무 더웠나 보다. 이화여대에서 큰 목소리가 생겼다. 정부 주도의 대학 지원사업 중 하나인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이하 평단사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캠퍼스로 모였다. 그들은 목소리를 모았고 그리고 해냈다.[각주:1] 이화여대는 평단사업을 철회했다. 그리고 그 여파가 다른 대학들로 퍼져나갔다. 평단사업은 애초에 교육부가 10개 대학을 선정하여 지원하는 사업이었다. 우리 대학을 포함하여 동국대, 명지대, 창원대 등이 선정되어 당장 9월부터 신입생 모집을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 대학에서도 뒤늦게나마 논의가 시작됐다. 이번 기사에서는 평단사업이 무엇인가부터 시작하여 우리 대학에서 있었던 논의를 한번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질까 한다.



평단사업, 대체 너는 누구냐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 교육부의 평단사업 설명회 자료집에 따르면 ‘선취업 후진학’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졌다. 기존의 평생교육원 학점과정의 규모를 키우고 정립하여 단과대학 규모로 대학에 설치하겠다는 사업이다. 또한 현재 입시제도가 학령기 인구에 집중되어 있어, 교육의 기회가 제한되어 있는 선취업 후진학을 원하는 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평등하게 제공하겠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선정된 대학에 약 30~35억 정도의 돈을 지원하여 사업을 추진한다. 평단에는 30세 이상의 재직자 혹은 특성화고 졸업자 중 3년 이상 재직자가 입학하게 된다. 


“선취업 후진학 제도를 더욱 발전시켜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취업을 하더라도 원하는 시기에 언제든지 학업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 담화문, 2015.8.6.)


 교육부의 평단사업 자료집 첫 장에 수록된 말이다. 다시 말해 후진학이 활성화 되어 있어야 선취업이 잘된다는 이야기이다. 교육부가 말하고 있는 평단사업의 추진배경을 요약하면 이렇다. 성인의 대학교육 수요는 점점 늘어났고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 존재하는 평생교육 시스템은 대학 교육에 비해 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더하여 기존의 대학 교육 구조는 학령기 인구에 집중되어 있어 평생학습자가 접근하기 어렵다. 일반대학에 평생학습자에 특화된 단과대학을 만들면 문제 해결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이런 배경으로 평단사업은 기획됐다. 이 말만 듣고 생각해보면 평단사업의 취지는 참 좋다. 교육의 기회를 제공받지 못했던 고졸 노동자에게 교육의 기회를 그것도 양질의 기회를 주겠다니 말이다.



학벌 지상주의가 낳은 평단사업


 하지만 우리는 평단사업이 필요해야만 했던 우리 사회에 대해 고민해보아야 한다. 평단사업은 MB정권부터 시작된 고졸취업 활성화 정책과 그 결을 같이한다. 그 정책과 함께 특성화고 졸업자의 취업률을 2009년 16.9%에서 2015년 47.6%로 높은 성장을 보였다. 15년 만의 최대치이다. 하지만 이 숫자엔 허울이 있다. 고졸 취업이 ‘좋은’ 일자리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8일 은성PSD의 직원이었던 김군이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중 사망했다. 사람들은 깊은 슬픔과 동시에 분노를 느꼈다. 고졸 취업자의 노동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고졸 취업자의 평균임금은 대졸 취업자에 크게 뒤처진다. 또한 4대보험 가입률, 시간외 수당 및 유급 휴가 수혜율 역시 대졸 취업자에 못 미치는 수치를 보인다. 이렇게 고졸과 대졸의 사이에는 4년의 대학생활이 아닌 여생의 차이가 있다.

 이런 배경으로 대학 졸업장은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신분 상승의 기능을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신분 상승의 기회로 대학을 사용한다는 비판을 할 수는 없다. 우리 사회가 그렇게 만들어 버렸으니까. 신분으로써의 학위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지양되어야 한다. 학위는 공부의 결과로 따라오는 부속물 같은 것이 되어야 하고, 대학 교육의 방점은 공부에 찍혀있어야 한다. 학위가 아니라 말이다.

 후진학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야 선취업이 잘 이루어진다는 교육부의 의도에서 학벌지상주의 사회를 개혁하겠다는 의지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이렇게 평단사업의 그 의도는 좋지만, 그것을 낳은 우리 사회에는 분노 없인 들을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



정부가 대학에 돈을 주는 이유


 이번 러비의 <대학-교육=대학>기사에서도 언급했듯 한국의 대학은 ‘샌드위치 위기’를 겪고 있다. 입학정원이 지금과 같이 유지된다면 2018년에는 고교 졸업자 수보다 대학 입학 정원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하나는 노동시장의 수요와 대졸자의 불균형 문제이다. “문송합니다(문과라 죄송합니다)”라는 말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인문 계열 졸업자의 현실을 잘 드러낸다. 고용노동부는 2024년까지 공학 계열 졸업자는 25만명이 부족한 반면, 인문·사회계열 졸업자는 53만명이 초과 공급될 것으로 예상했다. 입학과 졸업의 사이에서 대학은 위기를 맞고 있다.

 프라임사업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프라임 사업 외에도 저부는 CORE사업(대학인문역량 강화사업), ACE(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 사업), 평단사업 등 여러 사업을 통해 대학에 돈(세금)을 쓰고 있다. 더하여 교육부는 ‘대학 구조개혁 평가’도 실시하고 있다. 대학 구조개혁 평가는 교육부 주체로 전 대학을 평가하고 줄을 세운다. 그리고 A~E등급으로 나누어 정원감축을 강제하고 있다. 대학의 규모를 줄여야한다는 과제 아래서 정원감축에 대한 이견은 없다. 하지만 대학 구조개혁 평가와 대학 지원 사업이 겹쳐질 때 정부가 대학에 돈을 주는 이유가 드러난다.

 대학 구조조정. 그것이 대학 지원 사업과 대학 구조개혁 평가의 교집합이다. 가령 프라임사업과 코어사업은 인문계정원의 이공계이동을 유도한다. 중앙대, 동국대, 경성대, 숭실대, 인하대, 성신여대, 건국대, 단국대 등의 대학은 구조조정을 하면서 학과를 폐합하거나 통합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 혹은 교수와 학교의 마찰이 크게 빚어져 파열음이 났다. 하지만 대학도 속앓이 하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학들 역시 교육부의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온갖 수고를 하고 있을 것이다. 교육부가 돈을 무기로 싸움을 붙이고 있는 꼴이다.

 교육부의 대학 정책에 있어 구조조정은 지상제이다. 하지만 돈으로 대학을 유인하고 평가지표로 옥죄어 숙제를 시키는 구조는 파열음을 낼 수밖에 없다. 정부가 대학에 돈을 주는 이유는 이 교집합이 아닐까 한다. 실제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올해 5월 전국 대학 교수를 상대로 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의 86.2%는 교육부 재정지원 사업의 문제점으로 ‘재정지원을 통한 정부의 대학 통제’를 꼽았다.[각주:2]

 평단사업도 정부가 돈을 주는 사업이다. 더구나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 따른 정원 감축을 실시하지 않은 대학은 지원조차 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교육부는 ‘선취업 후진학 활성’이라는 보기 좋은 이유를 내세우며 대학을 흔들고 있다. 평단사업을 좋은 선로에 올리기 위해서는 정원 감축은 함께하지 않았어야 한다. 대학 재정 지원 사업의 목적이 정말 무엇이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우리 대학의 평단사업


2015년

12월 30일      교육부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 기본계획 확정

2016년

1월 14일         교육부, 평단사업 설명회

2월 1일           본부, 6개 학과 신설 확정

2월 29일        ‘평생교육단과대학’ 포함된 학칙 개정

3월 2일          본부, 평단사업 사업계획서 제출

5월 4일          본부, 평단사업 선정

6월 17일         총학, 평단사업에 대해 최초 인지

7월 21일         ‘미래융합대학’으로 명칭 변경한 학칙 개정안 공고

8월 7일          총학, 페이스북을 통해 “평단사업은 우리대학에 이로운 사업”이라는 입장문 게시

8월 13일         총학, 입장문 전면 철회

8월 18일         총학, 학생 사전 간담회 개최

8월 19일         본부, 평단사업 설명회 개최

8월 31일         본부, 평단사업 2차 설명회 개최


 넓어진 이야기를 다시 좁혀보자. 우리 대학 역시 평단 사업 추진중에 마찰음을 냈다. 그리고 그 마찰음은 아직도 새어 나오고 있다. 캠퍼스 내의 시선에서 평단 사업을 짚어보자. 우선 우리대학 평단(미래융합대학, 이하 미융대)의 모습을 간략하게 Q&A로 정리해봤다.


Q. 미융대의 규모는?

A. 우리대학은 전국 최대 규모로 정원내 72명, 정원외 168명을 모집하게 된다. 또한 정부로부터 약 30억 규모의 예산을 지원받는다.

Q. 미융대의 커리큘럼은 어떻게 구성되나?

A. 기획처는 미융대 개설학과의 교육과정은 현재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학생친화형 학사 운영으로 출석수업과 온라인학습 병행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TBL수업 방식(온라인강의+화상원격강의+출석강의)을 적용하여 진행한다고 한다.

Q. 등록금은 어떻게 책정되나?

A. 학점제로 운영되며, 총 금액은 기존 학생의 90% 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Q. 입학 전형에 수능은 반영되나?

A. 아니다. 입학 전형은 1차 서류, 2차 면접으로 이뤄진다. 서류에 고교 학적부가 있지만 지원 자격을 충족하면 전원 합격시킨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Q. 그럼 미융대의 문제는 무엇인가?

A. 소통의 부재, 학위 장사, 정원감축에 다른 구조조정 등이 있다. 그 이야기를 지금부터 해보려고 한다.




소통 좀 해달라고요. 제발.


 교육부가 대학에 요구한 평단사업 계획서의 첫 꼭지에 ‘내부 구성원 동의 여부’라는 항목이 있다. 작성방법의 설명은 ‘개편 진행 절차 및 이행과정, 학내 구성원(정원 감축 학과 교수 등)의 동의 여부 작성’이라고 되어있다. 그런데 우리 대학의 사업계획서에는 학생의 동의가 빠져있다. 학생의 대표인 총학은 평단사업에 선정된 5월에서 한 달 가량 지난 시점에 평단사업을 인지했다. 학교는 사업 진행 시점부터 7월까지 학생에게 정보를 알리고 소통하려는 시도를 전혀 하지 않았다. 평단사업 취재를 위해 처음 찾아갔던 기획처는 학교의 불찰이었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그리고 8월 19일 있었던 평단사업 설명회[각주:3]에서도 권오열 기획처장은 학생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이 없었다는 것을 인정하며, 이번 일을 계기로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논의해보겠다는 발언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통의 문제는 이번 사건의 가장 핵심에 있다. 설명회 하루 전에 총학 주최의 학생 사전 간담회가 열렸다. 소통의 부재를 카드로 평단사업 진행을 중지시키고 의견을 수렴하는 기간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컸다. 이후 설명회 현장은 소통의 부재를 비판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이 비판에 답변하며 기획처장은 “어떤 문제까지, 얼마 정도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학교에서 사업을 진행할 때 학생의 동의를 얻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는 말을 했다. 심지어 “평단사업이 언론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노출됐는데, 학생 주체로 소통하지 않았던 점은 학생도 반성해야하는 부분”이라며 질타했다. 또한 김종호 총장은 설명회 초반에 교수와 교직원이 평단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여러 번 반복하며 학생들과 접촉이 없었던 점을 정당화하려는 발언을 했다.

 우리 대학은 소통의 부재에 대한 염증이 계속 쌓여있었다. 일반대 전환을 위한 학과 통폐합, 학점삭제제 폐지, 재수강제 변경, 학생 정기 주차권 100% 인상 등 학생에게 영향을 주는 정책은 많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학생과 소통하려는 노력은 전혀 없었다. 기획처장의 ‘관례’라는 말이 정말이긴 한가 보다.

 설명회 후에 찾아간 기획처에서 “학생들에게 이득이 되는 사업만을 진행해왔고, 이득이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소통을 하지 않았다. 이런 의미에서 ‘관례’라는 말을 한 것이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정원이 감축되는 과정에는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을 학생은 느끼고 있다. 그래서 학생들은 제발 소통 좀 해달라고 외치고 있다. 총학은 학생 대표가 참석하는 ‘대학평의원회’를 학교의 의사결정기구로 편성해줄 것을 학교에 요청했다. 이번 일이 학생이 소통에 발 한 쪽이라도 담글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학위 장사가 아니라고요?


 미래융합대학에서 이뤄질 교육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만만치 않다. 설명회장에서 김성곤 평단 추진단장은 “작년 12월부터 평단에 대한 논의를 해서 꽤 오래된 편이다”라며 미래융합대학의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세부트랙 하나도 아닌, 단과대학 하나를 신설하는 일에 3개월[각주:4]은 물리적으로 짧은 기간이다.

 물론 우리 대학은 이미 재직과 과정이 있었고, 오래 전부터 ‘선취업 후진학 활성’이라는 연구를 진행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그림에 이번에 신설되는 6새 학과는 없었을 것이다. 단과대학을 설립하기 위해선 전임교원(교수) 확보, 공간 확보, 강의 시스템 구축 등 설립해야 하는 인프라의 규모가 크다. 특히나 전임교원 문제는 국립대라는 특성 상 추가 채용은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다른 학과의 전임교원이 미융대로 차출되는 방식으로 교원을 확보할 예정이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각주:5]

 학위장사에 대한 논란은 여기서 시작된다. 미래융합대학에 편입된 정원 72명은 대학 구조개혁 평가 2주기(2018~2020) 정원 감축 실적으로 인정된다. 다시 말하면 우리 대학은 72명 만큼의 등록금을 2주기에 더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각주:6] 또한 평단사업을 통해 지원받는 30억 규모의 예산도 있다. 이에 수입(세입)을 늘리기 위해서 평단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니까 미융대에서 이뤄질 교육의 질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해소하지 못한 가운데 돈을 위해 사업을 진행했다는 비판이다.

 또한 미융대에 개설되는 학과는 기초 학문과는 거리가 멀다. 가령 ‘웰니스융합학과’는 식품공학과, 정밀화학과, 안경광학과, 스포츠과학과가 참여하여 신설된 학과이다. 설명회에서 김소라 교무부처장은 “건강한 삶을 위해서 어떻게 관리를 할 것인가”를 배우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건강하면 떠오르는 기초 학문부터 어떻게 케어하느냐 까지”배우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덧붙였지만 웰니스융합학과가 기초 학문 교육이라고 믿기는 어려울 것 같다.

 대학이 학문의 전당이라는 이유를 꼭 갖다 붙이지 않아도 대학이 기초 학문을 배워야 하는 곳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중앙대 신진욱 교수는 “노동시장의 변동성은 매우 크다. 지금은 인문계 취업난이 심각하지만, 불과 10년 전에는 ‘이공계 위기론’이 온 나라의 화두였다. 빠른 노동시장에 느린 고등교육이 맞춰 출렁대면 둘 다 엉망진창이 된다”고 얘기했다. 다시 말해 기초 학문 교육이야 말로 ‘융합’을 잘하는 인재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고등 교육을 통해 범용성을 배워야 하는데 오히려 미융대에 만들어지는 ‘융합’학과들은 그 반대의 노선을 달리고 있다.

 정리하자면, 평단사업을 통해 우리 대학은 돈을 벌었다. 30억 그리고 미융대의 등록금 수입을 벌었다. 그리고 미융대의 교육은 기초 학문과는 거리가 멀고, 대학보다는 직업훈련소에 가깝다. 대학이라는 곳은 이번 호의 기획기사를 통해 주구장창 얘기한 것처럼 학문을 배우는 곳이다. 학위가 아니라 배움, 공부에 방점이 찍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취업사관학교’를 만드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학위를 돈 받고 판다는 ‘학위장사’ 논리가 사그라지지 않는 이유이다.



사실 핵심은 구조조정


공과대학 

-0.70% 

정보통신대학

-2.70% 

에너지바이오대학

1.70% 

조형대학

-10.30% 

인문사회대학

-11.40% 

기술경영융합대학

-0.50% 

미래융합대학 

 100%

단과대학 별 전체정원 기준 변동 비율.


 미융대로 72명의 정원이 이동하면서 우리 대학은 구조조정을 겪었다. 대학 구조개혁 평가 1주기에서 B등급을 받아 4%의 정원을 감축해야 하는 우리 대학은 올해 18명만 감축하면 됐다. 하지만 평단사업에 주간 72명이 배치되어, 기존 학과의 정원이 더 감축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인문·예술 계열의 정원이 10~11%로 가장 많이 감축됐다. (표 참조)

 ‘공교롭게도’라는 단어를 굳이 끼워 넣은 이유는 학교가 이를 의도하지 않았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 대학의 정원은 학과의 ‘고유정원’과 본부가 관리하는 ‘자율정원’으로 나뉜다. 고유정원은 학과가 갖고 있는 정원이라 학교에서 마음대로 이동시키기 어려운 반면, 자율 정원은 ‘본부가 필요할 때 즉시 회수’할 수 있는 정원이다. 이번에 본부가 정원을 조정한 공식은 이렇다.


1. 자율정원 전 학과에서 100% 회수

하지만 자율정원은 학과에 따라 불균등하게 분배되어 있었다.

2. 평단사업 참여 학과의 정원을 미융대로 이동

총 13개 학과에서 정원이 이동되었다. 이 과정에서 3개의 야간과정 입학정원이 폐지됐다.

3. 자율정원 다시 분배

총 18명의 감축 실적[각주:7]만 있으면 됐기 때문에 1~2과정을 거친 후 정원이 남았다. 그래서 이 정원을 자율정원의 형태로 다시 분배했다. ▲전체 학과에 1명씩 배정, ▲50명 이하 학과에 1명씩 추가 배정이라는 기준으로 재분배가 일어났다.



자율정원 조정 내역 (기획처 자료)



 이 과정을 보고 있자니 몹시 논리적이고 이해가 됐다. 총 3단계의 과정에서 크게 문제가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이건 너무 ‘쉬운’ 과정이었다. 정원을 조정하는 일은 매우 민감한 문제라서 전체교수회의를 통과하지 않으면 이뤄질 수 없는 안건이다. 기획처가 교수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원조정을 추진했다는 의구심이 들었다. 설명회에 패널로 참석한 권오열 기획처장도, 기획처에서 받은 인터뷰 답변지에도 ‘이런저런 스토리가 있다. 우리는 인문·예술 계열 학과의 정원을 더 감축하려고 한 것이 아니다’라는 논리가 있었다.

 하지만 생각을 해보자. 우리 대학에 평단사업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에 따른 구조조정이 발생했다. 과정이 어쨌든, 인문·예술 계열의 학과가 10%의 정원을 잃었다.[각주:8] ‘국립종합대학’을 표방하는 우리 대학은 안 그래도 학문 간의 불균형이 심했다. 그리고 평단을 거치며 더 심해졌다. 공교롭게도 정부가 대학 지원 사업을 통해 하려는 구조조정과 우리 대학의 그것은 결이 같다. 이것이 우리 대학의 ‘결과’이다. 대학은 사업을 추진할 때 이 ‘결과’를 예상했어야 한다. 아니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저 ‘쉬운’ 길을 택한 것은 아닐까? 본부가 진정 학문의 전당, 진리의 상아탑에 닮아가는 대학을 만들고 싶었다면 그들은 싸웠어야 했다. 공과대학의 교수 그리고 학생과 싸워야 했다. 학문의 균등성을 추구하고, 공대의 정원이 인사대로 옮겨갈 수 있도록 말이다. 물론 정말 어렵고 귀찮고 힘든 일이 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우리 대학은 이런 싸움이 있는 대학이면 좋겠다.


 어찌됐건, 미융대는 문제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본부가 학생 설명회를 한 번 더 하겠다고 공지했다. 설명회 한 번에 ‘우리 소통했다!’며 넘어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한 노력일 수도 있다. 하지만 또 한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총학은 ‘대학평의원회’ 신설을 통해 본부 행정에 참석하는 초석을 다지겠다 말한다. 우리는 평단사업을 통해 조용히 곪아가던 고름을 발견했다. 건드리면 아파서, 애써 지내려던 고름이다. 하지만 이제는 짜야 할 때가 아닐까. 이번 계기를 통해 캠퍼스가 민주주의로 한 발 다가가길 바란다.



역시 어렵다. 하지만 안 된다는 건 아니잖아?


 이 기사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이라는 30억짜리(그렇게 크지는 않은) 정책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부, 대학의 의미, 나아가서는 우리나라의 대학 사회, 그리고 노동 사회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건지 구름 위를 떠다니고 있는 건지 헷갈렸다. 하지만 이게 진짜다. 이게 진짜라고 생각한다.

 요즘 러비의 편집위원들이 빠져있는 큰 딜레마가 있다. 무슨 이야기를 하든 결론이 ‘정권교체’가 되는 딜레마이다. 하다못해 이마트에 파는 900원짜리 물티슈 얘기를 해도 결론은 정권교체이다. 그래 이건 진짜 어려운 이야기다. 그런데 안 된다는 건 아니잖아? 우리가 이야기할 때 해결은 시작된다. 끊임없는 관심과 토론이 이 길고 긴 기사를 탄생시켰다. 숨 막히는 더위에서 시작해 이젠 담요가 필요한 오늘까지 캠퍼스에서 투쟁하는 이대의 친구들, 학생들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그리고 우리대학의 많은 사람들에게도.






남영주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습니다...

더 하고 싶은데 이러다간 편집장한테 맞을 것 같아요. 아직 맞아본 적은 없는데...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꾸벅꾸벅.

youngju6107@gmail.com




  1. 이화여대의 학생들은 평단사업의 철회 및 총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래서 지금(2016.8.26.)도 그들의 목소리는 캠퍼스에 울려 퍼지고 있다. [본문으로]
  2. “어느 날 상아탑에 관료가 나타났다”, <시사IN>, 2016.08.13.에서 인용. [본문으로]
  3. 총학에서 처음 요청한 명칭은 ‘공청회’였다. 하지만 당일 아침 총학은 ‘설명회’로 명칭이 변경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학교는 그 행사의 목적을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에 둔 것이 맞기는 할까. [본문으로]
  4. 평단사업을 추진하기부터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시점까지의 시간. 이 기간 동안 학과명과 개략적 커리큘럼이 정해졌다. [본문으로]
  5. (웹기사버전) 기사 원문 작성 당시 기준. 현재(2016.9.2.)는 단과대학장과 학과장은 인사가 완료된 것으로 보인다. [본문으로]
  6. 이와 관련하여 우리 대학이 2주기 구조개혁 평가에서 Ae으급을 받지 못하는 것을 예상하고 있냐는 비판이 있다. 기획처는 국립대학 특성 상 A등급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본문으로]
  7. ‘실적’이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는 총 감축 인원과 교육부가 인정해주는 감축 실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야간과정의 정원 감축은 50%만 인정받는다. [본문으로]
  8. 기획처는 정원을 ‘잃은’ 것이 아니라 미융대로 ‘이동’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까? 결국 인사대는 정원을 잃은 것이고, 우리 대학에서 인문 계역 학문은 줄어들었다. [본문으로]